나 너를 사랑하나 봐 아주 오래전부터 이 말 전해주고

7. 전할 수 없는 이야기_휘성(2002)

by 얌전한개

"혹시 그럼 계속 연락해도 될까요?"


"..."


"아, 안 되겠죠?"


"아니에요. 연락하셔도 돼요. 오빠"


"오빠?"


"아, 저번에 문자 보니까, 저보다 3살 많으신 거 같더라고요, 그리고 저도 부산 살아요"


심장이 더 뛰기 시작했다. 하늘이 도운 것일까, 같은 도시에 살고 있다니. 버스를 타고 약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라 학생인 나에게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버스를 갈아타지 않고 갈 수 있는 곳에 사는 아이.


거의 한 달간 매일마다 문자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전화도 가끔 하였다. 문자를 할 때는 참 말을 잘하고 재미있는 아이였는데, 막상 전화를 하면 이 아이의 친구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게 되었다. 학교 쉬는 시간이든, 하교 후든 늘 친구들과 붙어 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도 한 둘이 아니라 5~6명은 되는 듯.

이 아이와 단둘이 통화를 하려면 해가 떨어지고 난 늦은 시간이어야 가능했다. 문자 할 때와는 다르게 말수가 많지는 않았기에 부끄러워서 그렇다고 생각했고, 이런 모습도 귀여웠다.


이 친구는 보아와 목소리가 비슷하다는 말을 자주 들어왔다고 한다.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해서, 동네에서 하는 작은 행사에서 보아 노래를 라이브로 부르며 춤을 춘 적도 몇 번 있다고 한다.




"나 너 좋아해"


이런 고백을 내 입으로 뱉은 게 거의 5년 만이었다.


다행히 좋은 답변을 받았다.


친한 친구들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말했다. 친구들은 만나보지도 않고 사귀는 게 말이 되냐는 표정이다. 그렇다. 우린 아직 만나지 않았다. 사진만 한두 개 본 게 다다. 그것도 옆모습이고 멀리서 찍은 사진이었다. 그때 나에게 외모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처음 만난 건 사귀기로 한지 22일 되는 날이었다.

그땐 '투투'라고 해서 22일이 작은 기념일이었다. 친구들한테 200원씩 받았다.


단 둘이 만나고 싶었지만 그 친구는 그게 부끄럽다고 하여 2대 2로 시내에서 만남을 가졌다. 쌍꺼풀이 없는 눈이지만 큰 눈을 가졌고, 키도 아담하고 귀여웠다. 지하상가에서 커플 시계를 사서 선물도 하고, 넷이서 영화도 보고 밥도 먹었다.


두 번째 만남은 그 친구가 사는 동네에서다. 시내에 가면 디저트집이 꽤 있어서 같이 아이스크림도 먹고, 이쁜 색깔의 에이드를 마시면 되는데, 동네에는 아직 카페 같은 곳이 많지 않다. 작은 꽃다발을 그 아이에게 전달을 했고, 30분 정도 여기저기 걸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고 나서 어느 벤치에 앉아서 함께 음악을 들었다. 내 마음이라며 쑥스러운 멘트도 덧붙였다.



나 너를 사랑하나 봐
아주 오래전부터 이 말 전해주고 싶었어
이 말을 하고 싶어서
오늘도 니 주위를 하루 종일 맴돌고 있어



실제 만난 건 두 번뿐이지만, 주고받은 문자의 수는 그 어떤 사람들보다 훨씬 많았다. 나는 그 아이에 대해서 충분히 안다고 생각했고, 내 마음이 점점 커져 가는 것을 느꼈다.


전할 수 없는 이야기_휘성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You still my N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