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해요_정인호(2001)
세 번째 만남은 놀러 간 바닷가에서 우연히다.
친구들과 단체로 바다에 놀러 가기로 하였는데 그 아이도 친구들과 바다 쪽으로 올 예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해운대 바닷가에서 7대 7로 만남을 가졌다. 쭉 둘러앉아서 친구들을 하나하나 소개하고 나서 서로 얘기를 1시간 정도 주고받았던 거 같다. 난 그 사이에 그 아이와 둘이서 바다를 걸었는데 어떤 대화를 했는지는 지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뒤에 임팩트가 너무 셌기 때문이다.
다시 아이들이 모인 곳으로 갔는데 내 친구들의 표정이 밝지 않다. 그리고 나에게 이런저런 질문들이 날아왔다.
"오빠, 담배 펴요?"
"오빠, 술은 얼마나 먹어요?"
"오빠는 자주 싸워요?"
'아니 이게 중학생들의 입에서 나오는 첫 질문이란 말인가? 전화 통화는 몇 번씩 했다지만... 우리 실제로 처음 만난 거잖아...'
난 적어도... 여자친구의 어떤 부분이 맘에 드는지, 언제? 왜? 사귀자고 한 건지 등등의 질문을 받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예상 질문들은 제일 뒤에 나왔다.
그 아이들과 헤어지고 나서 내 친구들에게 들은 얘기는 더 가관이었다. 오빠들이 술 사 오면 만나주겠다느니, 언제 술집에 데리고 가달라느니... 휴...
친구들에게 나는 수십 번 말했다. 마치 변명하는 사람처럼.
"아 걔 친구들이 이상하네. 얘는 안 그런 애야... 얼마나 착한데..."
그 후로, 그 아이의 친구들과 나의 친구들도 몇 명은 연락을 자주 주고받았다. 뭐 다 같이 친해지면 좋은 거니까. 내가 놀란 부분은 통화를 하면 꼭 내 여자친구가 말이 제일 많다는 것이다. 술, 담배 얘기도 농담조로 꽤 했다고 한다. 나랑 단둘이 통화할 때는 얼마나 조용한 애인데;
난 이 아이를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걸까? 아니면 나에게는 부끄러워서 그런 걸까?
그 뒤에 한두 번 정도 더 만남을 가졌고, 약 100일 정도 사귀었을 때 그 아이가 먼저 내게 말했다. 그렇게 많이 좋아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나 또한 받아들였다.
사람을 판단할 때 남의 얘기를 많이 듣는 편은 아니지만, 전혀 신경 안 쓸 수는 없었다. 그렇다. 친구들은 서로 닮는다. 그리고 뭔가 마음이 맞으니 계속 그렇게 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와의 연락이 뜸해지는 걸 나도 느꼈다. 반면 내 친구들에게는 그렇게 짓궂게 장난을 친다고 하니 나도 혼자 지친 거 같다.
짧은 시간 만난 친구이지만 10대 후반이 되어 처음 마음을 주었던 아이다 보니 계속 떠올랐다. 그래서 한 1~2주일 정도 학교 쉬는 시간에는 슬픈 노래만 들었다.
그녀의 친구라도 이 노랠 듣는다면
그녀에게 전해줘요 내가 아직 사랑한다고
우리가 처음 만난 그 시간 그 자리에
내가 매일 기다린다고
나도 헤어지는 게 맞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헤어지니 가슴이 많이 아팠다.
애들이 쫌 까질 수도 있지. 그렇다고 남에게 피해 준 것도 아니잖아?
쫌 더 잡아 볼걸 그랬나... 노력도 안 해보고 끝이 나니 아쉬움이 남았다.
정인호_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