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Kiss me_박진영(1998)
유행하던 메신저 중에 '버디버디'라는 것이 있다.
나는 말수가 적은 편이고, '세이클럽'에서도 활동을 많이 하지 않았다.
특히 이성이 있으면 무슨 얘기를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모르겠어서 참으로 불편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딱 한 명과만 얘기가 잘 통하고 아주 편했다.
나이는 동갑, 1시간 거리에 살고 있는 여자아이다. 이름에 '빛'이라는 글자가 들어가서 그런지 그 친구와의 대화는 늘 빛이 났다.
밤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하루 한 시간씩은 전화를 했다.
가끔은 가족들이 다 자는 새벽 시간까지 이런저런 사소한 얘기를 하면서 낄낄 댔다.
또. 또. 또.
제대로 된 사진 하나 본 적 없는데... 또다시 난 빠져버렸다.
아마 앞에 흐지부지 끝난 연애로 인해서 마음을 기댈 누군가를 급하게 찾았을지도 모른다.
가을에 그 친구의 학교 축제에 몇 명의 친구들과 방문했다.
이것이 첫 만남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꽃다발 하나 들고 가는 그 길은 멀고도 가까웠다.
드디어 만났다.
친구들은 그 아이를 보고 나서 이쁜 얼굴이 아니라고 했으나 내 눈에는 너무 이뻤다.
환하게 웃는 입꼬리, 밝고 깨끗한 목소리, 고운 피부까지 다 기억에 남았다.
대화는 당연히 더 즐거울 수밖에.
학교 이곳저곳을 소개해 주었고 집으로 가는 나를 교문까지 바래다주었다.
그렇게 대면을 한 후 우린 더 가까워졌고, 사귀기로 했다.
"넌 뽀뽀나 키스해 봤어?"
"아니, 아직 없어. 넌?"
"나도 아마?"
"아마는 또 뭐야... 올해 안에는 할 수 있을까? 나도 해보고 싶다"
"모르지 그건 아무도"
사귀기 전 이불속에서 통화를 할 때 이런 대화를 한 적이 있다.
고2가 되기 전에 나도 키스를 한번 해보고 싶다...라는 작은 희망이자 목표가 있었다.
그런데 그 아이와 사귀게 되었으니, 상대방이 누군지는 정해진 거 아닐까?
크리스마스이브날. 우린 만났다.
D - Day다.
평소 만날 때보다 더 긴장을 했다.
나의 머리엔 온통 그대의 생각뿐
나의 마음엔 온통 그대의 모습뿐
꿈속에서도 그댄 날 떠나질 않네
오 내가 사랑에 빠지나 봐
Kiss me oh baby 바로 여기
집에서 나설 때부터 그녀의 집 앞에 도착할 때까지 너무 떨렸다.
오늘. 우리. 제발. 꼭. 음음.
Kiss me _ 박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