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좋은 사람_박효신(2002)
시내에서 맛있는 것도 먹고, 영화도 보고 밤 8시쯤 그 친구의 집 앞에 도착.
친구들에게 배운 대로 주차장 벽에 그 친구를 세운다.
오른손으로 벽을 박력 있게 친다. 그러고 나서 입술을 천천히 들이댄다.
열심히 이미지 트레이닝 한대로 진행!
닿기 3초 전.
갑자기 그녀가 피한다. 부끄러운 미소를 보이며 내뱉는 한마디.
"가위바위보해서 이기면 해줄게^^"
'아니 이건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인가'
분위기가 한번 깨진다. 일단 이기고 보자는 마음으로 주먹을 내고 난 승리한다.
다시 벽에 오른손을 갖다 댄다.
"삼세판인데?^^"
'하...'
분위기가 다시 한번 깨진다. 3대 1로 승리한다. 이번엔 어깨를 잡는다.
"마지막이야. 발로 가위바위보 하는 거야. 모으면 바위, 옆으로 벌리면 보, 앞뒤로 벌리면 가위야"
'귀엽네 귀여워'
또 이겼고 이제 브레이크 없는 8t 트럭이다.
돌진! 이건 하늘이 우리에게, 나에게 준 기회다.
닿기 1초 전.
그 친구는 살짝 나를 밀치고 내 볼에 '쪽'.
집으로 뛰어 들어간다.
속. 았. 다.
처음엔 저런 행동이 귀여웠는데, 끝끝내 행동으로 옮기지 않은 그녀에게 화가 난다.
하지만 볼에 뽀뽀를 유치원생 이후로 처음 받은 거라, 이 자체로도 만족하고 다음을 기약한다.
하지만 그 후 몇 번의 데이트를 하면 할수록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
늑대 같은 내 마음이 부담스러웠을까. 그 뒤로는 뽀뽀를 할 타이밍이 전혀 없었다. 분위기 또한 그냥 친한 이성친구와의 만남 그 이상으로 진지해지지 않았다.
그래서 고1에 키스하고자 했던 목표를 끝끝내 이루지 못하고, 얼마 후 그녀와 헤어졌다.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는지, 그녀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헤어지고 나서 매일 밤마다 전화를 하던 사람이 사라졌으니 특히 더 허전함을 느꼈다. 하지만 다행히도 해당 연도 두 번째 이별이라서 그런 걸까 견딜만하다.
좋은 사람 사랑했었다면
헤어져도 슬픈 게 아니야
이별이 내게 준 것은 곁에 있을 때보다
너를 더욱 사랑하는 맘
3년 후 우연히 학교 가는 버스에서 그녀를 만났다.
아주 친한 이성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듯 우리는 밥도 먹고 연락처를 주고받는다. 서로의 친구를 데리고 함께 술자리를 가지고도 했다. 신기한 건 둘 다 왜 헤어졌는지 잘 모르겠다는 것과 어릴 적 동창을 만난 것처럼 편했다는 것이다. 예전보다 이뻐진 그녀였지만 우리의 관계는 거기까지였는지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좋은 사람_박효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