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 전에 하고 싶은 100가지(8)
고등학생 때부터 영화관에 가는 것을 아주 좋아했다. 대학생 때는 받은 용돈을 거의 영화관에서 썼던 것 같다. 많이 볼 때는 현재 상영작 중 5개 정도까지 본 적도 있을 정도이다. 데이트를 하거나 이성 친구를 만나거나, 동성 친구를 만날 때나 영화 보고 밥과 간단한 술을 먹는 게 좋았다.
하지만 두 명의 아이가 생기고 지금 살고 있는 서울에는 부모님 등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곳이 없다 보니 거의 영화관에 발 붙이기가 싶지 않았다. 간혹 부모님이 서울에 3일 이상 놀러 오시는 일이 생기면 와이프와 영화만 빨리 보고 들어오는 정도?
이제는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휴직자니까.
하지만 영화관에 오랜만에 혼자 가려니 약간 망설여지기도 했고, 특히 요즘 영화는 2시간이 넘어가는 것도 많다 보니 이동시간까지 포함하면 3시간 이상을 써야 하기에... 운동도 하고 영화도 보고 집안일을 하기에는 빠듯하다고 느껴서 세 달간 한 번도 가지 못했다. 그래도 오늘은 가야겠다.
이유 하나, 통신사 할인으로 공짜로 연 3회는 무료, 연 9회는 1+1 이 되는데 이번 연도에 한 번도 못 쓴 것 같아서 그게 아까웠다.
이유 둘, 흥행에 실패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마블은 마블이기에 The Marvles도 의리로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폰을 열고 예매를 하려는데,
어라?
'서울의 봄'이 오늘 개봉을 했네;
'서울의 봄'을 예매하고 버스를 타고 슝.
팝콘은 당연히 '고소한 맛'으로 큰 걸로 선택. 살찌니까 음료는 다이어트 coke으로.
오전 시간이라 영화관엔 빈자리가 많았다.
한 20명 정도 보였고 그중에 반은 머리가 흰 할머니, 할아버지도 보였다.
12.12 사태를 다루다 보니 그 당시에 살아계셨던 분들에게 아무래도 더 마음에 와닿는 게 있어서 그렇지 않을까.
하필 내가 예매한 자리 옆에 사람들이 앉아 있길래, 빈자리를 찾아 대충 앉았다.
앗? 근데 의자가 펴지질 않네?
옆을 지나가던 직원에게 물어보니 요즘은 예매가 완료된 의자만 펴져서 앉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영화관 들어올 때 예전처럼 표 확인을 하는 아르바이트생이 서 있지 않구나;'
라지 사이즈 팝콘을 영화를 보며 다 먹긴 했으나, 영화의 후반부에서는 팝콘을 입에 넣을 여유가 없었다. 영화의 결론을 모두 알고 있는 상황에서 보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영화 참 잘 만들었다.
집에 오는 길에는 10.26 사건, 12.12 사태 관련 유튜브 영상을 보았다. 그 긴박한 상황 속 장군들의 통화 내용 등이 아직까지 남아 있던데, 그중에 단 한두 명의 사람만 다른 선택을 하였었다면... 우리의 역사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많이 다르지 않았을까.
몇 년 만인가, 거의 10년 만에 영화관을 혼자 방문을 하였는데... 할 만했다. 다음 달에도 한번 더 도전을 해보려고 하는데... 대신, 새벽에 일어나서 운동을 한다는 조건을 나 스스로에게 걸었다. 오늘은 운동을 못하고 영화를 본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