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HUG_동방신기(2004)
이제 나도 성인. 대학생이 되었다.
꽃피는 봄. 입학식 전부터 오리엔테이션 MT에 1박 2일로 참석하였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잘 놀 수 있을까 너무 걱정돼.
하지만 이게 바로 대학생활 아니겠어?!'
우리 학부 전체 신입생이 모인 자리였는데, 우리 과는 약 100명 정도 돼 보였다.
이렇게 많은 이유는 2학년이 되면 2개의 학과로 분리가 되기 때문이다.
성비가 거의 5:5에 가깝다는 선배들의 말에 주위를 둘러본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오직 단 한 명 만이 내 눈을 사로잡는다. 노란색 머리를 하고 있는 그녀의 눈썹에는 은빛 피어싱이 박혀있다.
'락밴드 동아리에 들어가고 싶은 아이인가? 역시 대학교에 오니까 특이한 아이들이 있네?'
선배들이 조를 짜 주었기 때문에 각 조별로 방에 들어가서 약간의 장기자랑을 준비하였다. 우리 조는 남자 5명, 여자 6명. 현재 가장 핫한 가수가 누구인가. 바로 '동방신기'였다. 1집이 나온 지 얼마 안 된 상황이었고 'Hug'라는 노래를 모르는 학생은 이 자리에 없으리라. 우리는 남자도 5명이다.
'최강ㅇㅇ, 유노ㅇㅇ, 시아ㅇㅇ, 영웅 ㅇㅇ, 믹키 ㅇㅇ' 이렇게 하나씩 맡아서 자기소개를 하며 노래를 한 줄씩 부르기로 했고, 각 멤버의 옆에 여자 동급생이 백업을 해주기로 했다. 꽃가루를 뿌려주거나, 함께 춤을 춰주거나.
나는 '미친ㅇㅇ'이란 이름으로... 아 정정한다. '믹키ㅇㅇ'을 맡았고 그 노란 머리 친구가 나와 짝이 되었다.
(해당 장기자랑 이후 여자 선배들은 '믹키야~' 하고 날 불렀지만, 동기들은 '미친ㅇㅇ'라고 날 불렀다.)
아주 작은 뒤척임도
너의 조그만 속삭임에
난 꿈속의 괴물도
이겨내 버릴 텐데
(믹키유천의 파트다)
등을 맞대고 간단한 율동을 그 아이와 함께 했고, 객석의 반응은 좋았다. 그리고 밤이 찾아왔다.
술판이 벌어진다.
고등학생 때 술을 먹은 적이 약 3번밖에 없는 나로서... 걱정이 앞섰다. 역시나 금방 술이 취해 온다. 다행히 난 게임을 못하는 편은 아니었기에 새벽이 될수록 잠이 깨기 시작했고, 주변 선배들과 동기들의 술자리를 거의 끝까지 지켜보았다. 그 노란 머리 친구는 술이 나보다 3배는 센 듯 보였고, 첫인상이 좋은 동기가 있냐는 질문에 2~3명을 찍었는데 그중 하나가 나였다. 그리고 그녀를 선택한 사람은 동기, 선배 포함하여 그날 밤에만 5명이 넘었다.
다음날부터 우리들의 대화 주제는 다 '이성', '여자' 다.
"쟤는 내가 찍었으니까 쫌 양보해 줘~"
"나는 걔 옆에 앉아 있던 애가 이쁘더라. 부탁할게~"
"난 아직 맘에 드는 애가 없어."
특히나 노란 머리 그 애를 가지고 세 명의 동기가 양보 없는 대화를 한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결론을 지었는지, 남자의 의리라고 한 명을 먼저 밀어주기로 했다. 함께 있던 다른 동기들도 다 동의를 한 분위기.
정확히 그 시점에 나의 관심사는 '이성'이 아니었다. 바로 대학교 '중앙동아리'. 내가 이제껏 하지 못했던 춤이나 힙합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서 동아리를 선택하고. 그 생활을 아주 아주 열심히 하는 것 밖에는.
하지만 지나가다가 그 아이를 마주치면 눈이 꼭 한 번씩 더 간 건 사실이었다.
한 명만 뽑으라면 나 또한 노란 머리 아이에게 가장 관심이 갔다. 하지만 내 친구가 좋아하기에 일부러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러면서 등, 하굣길이 완전히 겹치는 한 친구를 우연히 만나 친해지게 되었고 사귀게 되었다.
MT로부터 1년이 지난 시점. 노란 머리 친구를 바라보며 이 노래를 제대로 부르게 된다.
Hug_동방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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