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Exile_Kiss you (2003)
310점.
무슨 점수냐고?
나의 토익 점수다.
그렇다 보니 전역 후 바로 어학연수를 가라는 부모님 말씀에 아무런 반항을 할 수 없었다. 나 또한 이렇게 기회가 왔을 때 꼭 가고 싶었다. 영어와 가까워져야 하기에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대학교 내 어학당에서 수업을 들었다. 처음에는 입을 떼기 어려웠지만 다행히도 일본, 중국, 멕시코, 프랑스 등 다양한 나라의 학생들과 소통을 하면서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너네도 나랑 비슷하구나...'
한국인 학생이 많지 않았기에 영어를 쓸 수 있는 시간은 자연스레 늘어갔고, 같은 아시아권인 일본, 대만, 중국 친구들과 가깝게 지냈다. 특히 일본. 이 어학당이 일본의 어느 대학과 연계가 되어 있어서 한 반의 1/4은 같은 학교에서 온 일본 친구들이었는데 나보다 어리고 한국을 좋아해 주는 덕분에 수업이 끝난 후에도 자주 시간을 보냈다. 또 나는 부모님의 도움으로 집을 렌트하였기에 그곳은 늘 우리의 놀이터가 되었다.
그중에 가장 눈에 띄는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홈스테이 하는 그녀의 집과의 거리가 걸어서 10분이었다 보니 더 자주 만남을 가질 수가 있었다.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여자친구가 한국에 있었고, 그녀의 남자친구도 일본에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나는 몇 달 후 헤어졌고 짝이 있는 그녀에게 관심이 생겼지만 친한 오빠동생 사이로만 계속 지냈다. 하지만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이 계속 커졌다. 그러다 보니 영어공부를 하러 간 호주에서 일본어 공부를 하고, 일본 가요를 외우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는 'Exile'과 'BoA'였다. 덕분에 나도 가사를 보지 않고도 일본어로 완창 할 수 있는 노래가 생겼다. Exile의 'Kiss you'. 그녀가 제일 좋아하던 노래. (물론 지금은 흥얼거리는 것만 가능하고, 아래는 음악사이트에서 가져온 가사와 해석이다.)
キミ といるだけでなんとなくだけど
너와 있기만 해도 왠지 모르게
強くなれるような気がするよ
강해질 수 있을 것 같아
届かない場所も 二人でいたなら
닿지 않는 곳도 둘이서 있다면
必ずいけると思う
반드시 갈 수 있다고 생각해
우리 집과 그녀 집 근처에는 사람들이 대중교통으로 이용하는 배가 있을 만큼 큰 강이 흐르는 데 강변에 나만의 비밀 장소가 있었다. 물론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긴 하지만 굳이 계단을 걸어서 내려가야만 앉을 수 있는 곳. 벤치가 딱 2개 놓인 그곳. 바람이 많이 불어서 시원하다 못해 추운 그곳. 헤어짐의 아픔이 갑자기 크게 느껴질 때, 한국이 그리울 때, 그곳에서 슬픈 노래를 들으며 비싼 담배를 뻐끔댔다.
언젠가 한번 그곳에 그녀와 함께 갔다. 그 후로 그 장소는 혼자 아픔을 삭이는 장소가 아닌 둘만의 고민상담소 같은 장소가 되었다. 그녀도 남자친구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우린 거의 통화를 해 본 적이 없어. 여기서도 일주일에 한 번 짧은 이메일만 보낼 뿐이야."
난 이때다 싶어서...
"You must break up! He doesn't love you anymore!
You don't love him! You are so attractive!
You have many chance to meet a better man!"
하지만 그녀는 어학연수가 끝나기 한 달 전까지도 그와 헤어지지 않았다.
일주일 중에 5일은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도.
(물론 단둘이 보낸 시간보다 다른 친구들과 함께 어울린 시간이 많다.)
일본어 노래를 외우고, 일본 드라마를 보며 대사를 외우기도 했다.
그렇다고 영어를 등한시하진 않았다.
어학연수를 다녀와서 처음 친 토익의 Listening 파트 점수가 495 만점이 나왔다. 하지만 Reading 부분은 skill 이 필요했나 보다. 두 달간 학원 수업을 들은 후 시험을 치니 Reading 점수가 대폭 올랐고, Listening 점수는 하락했다.
연수 전 310점 → 연수 후 885점. I did my b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