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도 함께 한 지 몇 달 만에 그 날이 오고 말았다. 바로 군입대. 눈물의 이별을 했다. 아니, 헤어졌다는 건 당연히 아니다. 그녀는 단 한주도 빠짐없이 2~3장의 편지를 보내주었다. 가끔씩만 보내줘도 충분히 고마운데 전역 때까지 보내줄 줄은 상상도 못했다. 너무나도 보고 싶어서 편지를 읽으며 여러번 눈물을 흘렸다. 군생활을 버틸 수 있게 해 준 것은 바로 그녀다.
휴가 때 보는 건 물론이고, 외박을 나갈 때도 내가 있는 곳까지 와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기차로 4시간 거리인데도 그녀는 단 한번도 힘든 내색 보인 적 없다.
'이 사랑은... 나만 잘하면 되는 사랑이다.'
그녀는 뭐하나 잘못하거나 실수 하는 것 없이 무조건적인 사랑을 내게 주었다.
하지만...
(입대에 이어 두번째 '하지만'이다.)
군대도 기다려 준 그녀에게 또 한 번의 힘든 기다림을 전하게 된다. 바로 전역 후 2주도 안되어서 외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난다는 것. 뭐가 그리 급했는지 까까머리를 한 상태에서 바로 비행기를 탔다. 어짜피 복학하려면 거의 1년 이라는 시간이 남았기에 그 시간을 허투로 쓸수가 없었다. 오로지 나만 생각한 결정이다.
시차가 있지만, 그녀와 하루 한번씩은 늘 통화를 했다.
하지만...
(세번째 '하지만'은 나의 마음 변화다)
한 3개월쯤 지났을까? 어느날 그녀에게 미안함이 굉장히 컸다.
'2년 넘는 시간을 이렇게 기다리게 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내가 헤어지자고 해야 하는건 아닐까?'
'나라면 이기적인 XX라고 욕하고 화를 낼 꺼 같은데;'
그런 생각이 한번 들고 나니 쉬지 않고 떠올랐다.
'왜 이렇게 나만 바라보는 거지? 내가 대단한 놈도 아닌데'
'그녀가 다른 남자들한테는 매력이 없는건가? 그래서 나만 보나?'
그러다보니 전화 통화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입에서 툭 말이 나왔다.
"나 기다리는 거 힘들지? 맨날 기다리게만 했네. 또 7개월이라는 시간이 더 남았어. 200일 넘게. 내가 돌아가면 넌 직장인이고 난 겨우 3학년이라 만나기도 어려울 꺼 같은데. 지금이라도 헤어지는게 맞지 않은가? 너도 다른 사람도 만나고 해야지. 이렇게 젊음을 다 날리는 것도 미안하고... (주절 주절)"
그녀의 눈에서 나온 눈물방울이 수화기 위로 떨어지는 게 느껴진다.
전화가 끊어지고... 나도 하루종일 밥한끼 먹지 않고 엄청 울었다. 다음 날도 울었다. 머리 속이 너무 복잡했다. 내가 잘 한게 맞는건가? 지금이라도 다시 전화해서 잡아야 하는건가? 아니면 이왕 이렇게 된거 말한대로 헤어지는게 맞을꺼 같기도 하고...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다.
이틀 후 쯤 그녀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그녀가 말한다.
"더 긴 것도 기다렸는데, 뭘, 기다릴께. 괜찮아."
내가 말한다.
"아니야 아니야 헤어지는 게 맞는 것 같애."
그렇게 말하고 또 일주일을 계속 울었다.
하지만 나는 새로운 사랑이 필요했던 것이다. '설렘'을 주는 누군가가.
나쁜 남자다.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서 얼마 후 모임에서 그녀를 만나게 되었다. 단둘이 잠시 얘기를 하면서 여전히 나를 기다렸다고 말하는 그녀에게 난 미안하다고 답을 하고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