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라이킷 11 댓글 4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보뚜 Apr 27. 2020

갑(甲) 질 하는 직장상사
정(丁) 질 하는 부하직원

Episode 2. 인사(人事)가 만사(萬事)

(이미지 출처 : brunch.co.kr)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는 말이 있다. 사람이 어떤 직위에 있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직위에 맞게 변화한다는 말이다. 이 말을 표면적으로 해석하면 마치 사람의 능력보다는 자리가 더 중요하다는 말로 오해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능력이 있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때 그 사람의 능력은 발휘될 수 없다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실제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이러한 생각이 들 때가 간혹 있다. 특히 조직 내 구성원 간의 관계가 수직적이고 상식에 벗어나는 관례, 관습이 여전히 존재하는 조직이라면 더욱이 능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들 시대가 많이 변화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직장들에는 꼰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이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이 많지만 개중에는 젊은 꼰대들도 있다. 이러한 꼰대들의 공통점은 거의 대부분 상위계층에 포진해 있다는 것이며 그들 모두 본인이 꼰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연컨대 꼰대라는 말은 분명 반대 포지션에 있는 하위계층에게서 만들어졌을 확률이 크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지시를 받아야 하는 계층에서 그들을 좋게 표현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일반상식을 깨고 그들의 권력을 남용하는 상위계층들을 보게 된다. 내가 겪은 상사 중 최악의 상사는 낮에는 빈둥빈둥 놀다가 퇴근 전이 되어서야 일거리를 주는 사람이었다. 퇴근 전에 일거리를 주는 것도 모자라서 내일 아침까지 결과물(보고서)을 올려놓으라고 하고 그마저도 불명확한 지시로 아랫사람을 당황스럽게까지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난 보고서를 쓸 때마다 그 상사로 빙의해서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골똘히 생각하기에 이르렀고 어느 순간 난 그 사람이 말하지 않은 사실을 알아차려야 하는 독심술사가 되어야만 했다. 다음날 아침 그 사람은 내가 쓴 보고서를 최상위 계층에게 가져가 보고하고 평가는 독식한다.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난 항상 재주를 피우며 사육사의 눈치를 봐야 하는 서커스단의 곰이 된 기분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양심도 없이 뻔뻔스러운 행동을 할 수 있을까? 몇 번을 생각해도 이해를 할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어떤 직원에게는 본인 딸의 문제집을 인터넷으로 다운로드하여 출력하라고 하고 본인 딸 졸업식에 꽃다발을 전해주라는 등의 사적인 심부름까지 거리낌 없이 시켰다. 하지만 꼰대를 넘어 이렇게 갑질을 하는데도 아무도 그에게 반항을 하지 않았다. 그 상사는 임원 계층에 있었고 최상위 계층 옆에서 비위를 맞추며 직장 내 입지를 키운 사람이어서 만약 그 상사 눈 밖에 나기라도 하면 승진은 말할 것도 없고 수도 없이 괴롭힘을 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모든 직원들은 그 상사에게 불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대적하려 들지 않았다. 권선징악(勸善懲惡)이라는 사자성어는 그저 고서에나 있는 말일뿐 현실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모양이다. 그 사람은 아직도 그 조직에서 잘 나가는 사람이고 밑에서 열심히 했던 직원들은 역류성 식도염과 위염을 달고 살며 지금까지도 그에게 고초를 겪고 있으니 말이다.

조직이 능력 있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그 사람의 능력은 무용지물이 되어버리고 조직은 발전할 기회를 잃게 될 것이다. 반대로 조직이 능력 없는 사람에게 기회를 준다면 그 사람은 조직의 발전보다는 그 조직의 힘을 빌려 개인의 자리를 지키려 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