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사람 관계이다. 특히 계층 간의 상하관계가 뚜렷한 직장이라는 조직에서는 이러한 관계의 어려움이 더욱더 뚜렷해진다.
어느 날 입사 3년 차인 아래 직원이 울상을 하고 나에게 찾아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그 직원은 평소 직장 내에서 일 잘하기로 소문난 친구였고 웬만하게 힘든 일에는 힘들다고 얘기하지 않는 우직한 친구였다. 그러한 그가 당장이라도 회사를 그만둘 것처럼 위태로운 모습을 하고 상사인 나를 찾아와 조언을 구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차장님, 이럴 땐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제가 결재를 올릴 때마다 상무님께서 모르면 본인한테 물어보고 하라고 화를 내십니다. 근데 정작 물어보면 물어보지 말고 연구를 하라고 화를 내시고 연구를 해서 결재를 올리면 다시 모르면 좀 물어보고 하라고 화를 내세요.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해서 화를 내시고 이런 상황이 자꾸 반복되는데 제가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나는 그 직원이 하는 고민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에게 화를 내고 스트레스를 준 ○○○ 상무는 직장 내에서 모두가 혀를 내두르는 꼰대 중에 꼰대였고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서 남이 하는 일은 무조건 잘못됐다 하고 본인에게는 너무나 관대하여 상식과 규정을 제 멋대로 오가며 직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직장 내에서 그 사람은 모든 직원들의 기피대상 1호였다.
그러한 사람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나 역시도 명확한 해답을 몰랐기 때문에 그 직원이 더 애처로워 보였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아무리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앞을 보고 달려도 결국엔 원점으로 돌아오는 현실을 보고 허탈감에 좌절해 버리는 상황.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사람은 의욕을 상실하고 주저앉게 된다. 그 직원 역시 자신이 그러한 상황까지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 보호본능이 작동된 것은 아닐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괴로워하는 그 직원에게 나는 이러한 조언을 해줬다.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그 사람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려고 노력해봐."
결국 그 직원은 나의 조언을 있는 그대로 받아 주었고 현재까지 직장생활을 잘해나가고 있다. 여전히 그 상무는 예전과 달라진 것이 없는데도 말이다.
내 경험상으로 비추어볼 때, 상사를 찾아가 본인의 고민을 얘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직장을 그만두기 전 본인의 결심을 다지려고 하는 경우보다는 직장에 계속해서 머무를 수 있게 본인을 설득시켜 주고 위로해 주기를 바라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던 것 같다. 실제로 그만두기를 결심한 사람은 상사에게 조언을 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