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지름길을 아시나요?

예전엔 댕댕이, 요즘엔 냥이?

by 보뚜

하루종일 집에서 글을 쓰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때가 있다. 목표했던 분량을 다 쓰고도 뭔가 미심쩍은 마음에 썼던 글을 지우고 다시 쓰기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 새 하루 해가 다 저물어 간다. 글이라는 것이 참 신기한 게 쓰고 나서 몇 번의 퇴고 과정을 거쳤는데도 시간이 지나 그 글을 다시 읽어보면 어색한 문장이나 단어들이 속속 눈에 들어온다. 마치 내가 못 본 사이에 누가 내 글에 장난이라도 친 것처럼 말이다.


'이 글을 내가 쓴 게 맞나? 왜 이렇게 어색하지?'


내가 쓴 글을 내가 읽는데도 날마다 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그 프로에 나왔던 다중이처럼 내 몸속 어딘가에 여러 인격체가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A인격체가 쓴 글을 다음 날 B인격체나 C인격체가 읽어보고 마음에 들지 않아서 제 입맛에 맞게 글을 수정하는 것은 아닐까?


'도대체 어떻게 해야 내가 만족하는 글을 쓸 수 있을까?'


웹 소설가라는 꿈을 향해 나아가면서 내 자신에게 끊임없이 했던 질문 중의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다. 누군가에게는 하등의 쓸데없는 생각일지 모르지만, 정작 글로 생활을 해야 하는 나에게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웹 소설은 태생부터가 예술성을 추구하는 순수 문학 소설과는 큰 차이가 있다. 흔히들 종이책(요즘은 전자책이나 밀리의 서재 등과 같은 플래폼이 있지만)으로 발간되는 기존 문학 소설과는 다르게 인터넷에 연재를 통해 유료 독자들의 조회수에 따라 돈을 정산받는 구조이다 보니 실시간으로 내 소설은 독자라는 심사위원들에게 검증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아무리 공들여 쓴 글이라도 단 몇 시간 안에 뒷방 늙은이 같은 취급을 받을 때도 있고 대충 재미로 긁적인 글이 순식간에 인기 반열에 오를 때도 있다. 이런 걸 생각하면 다소 씁쓸한 부분도 있지만, 웹 소설이라는 것 자체가 상업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소설이다 보니 작품의 예술성 보다는 재미를 우선으로 하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수개월 동안 공들여 쓴 내 글이 독자들에게 외면을 받아 사장되어 간다고 생각하면 억울해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한 마음보다 내 글쓰기 능력을 더 단련시켜서 독자들에게 재미있는 글을 선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2년차 망생이 작가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이런 생각이 혹시 작가의 내공은 아닐까 라는 건방진 생각을 할 때도 있다. ^^


'하고 많은 직업 중에 왜 하필 웹 소설가인가?'


학창시절 윤리시간에도 배웠듯이 사람은 저마다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그 행복의 기준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사람의 행복을 일률적으로 정의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정의를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어릴 적부터 사람들을 좋아했다. 그러다 보니 단순하게 사람들과 코웍(co-work)하는 직장생활이 나와 가장 잘 맞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와 잘 맞는다는 것은 내가 행복해질 확률도 크다는 것일 테니까. 하지만, 어는 정도 나이를 먹고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은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과 전혀 접촉이 없는 웹 소설가였다. 도대체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


'내 성향이 나이를 먹으면서 변한 걸까?'


그동안 그렇게 사람을 좋아하던 내가 1년 넘게 아무도 만나지 않고 집에서 글만 쓰는데도 아무렇지가 않다. 오죽하면 와이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괜찮냐고 물어볼 정도이다.


"여보! 집에서 글만 쓰면 답답하지 않아? 가끔 나가서 사람도 만나고 바람도 쐬면서 해."


집에만 있는 남편이 답답해서 하는 소리 아니냐고? 나도 처음엔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와이프가 웃는 횟수도 점점 더 늘어만 갔다. 한술 더 떠서 와이프는 나와 결혼해서 지금이 가장 행복하단다. 이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면 우리 와이프는 아직도 나를 너무나 사랑하는 것이 틀림없다. ^^


'저 사람이 실성을 했나?'


답답하리만큼 아무데도 나가지 않고 글만 쓰는 남편을 이렇게나 사랑스럽게 바라 봐 주니 전생에 나는, 나라는 아니더라도 우리 동네 정도는 구하지 않았을까? ^^



흔히들 사람의 기본 성향은 변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나는 예전에 비해 놀라우리만큼 성향이 변했다. 누군가가 나를 최면에 빠트린 것이 아니라면 나는 확실히 예전과 다른 성향의 사람이다. 어찌됐건 다행이다.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온종일 글만 쓰는데도 이렇게 행복감을 느낄 수 있으니까.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시간이 난다면 한번 생각을 해 보시라. 평소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이 진짜 자신의 모습이 맞는지. 자신의 진짜 성향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것이 어쩌면 자신이 몰랐던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가자! 행복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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