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아닌 현실 같은 세계
나는 그곳에서 행복을 찾는다.
드디어 두번째 소설을 완결했다. 5개월에 걸쳐 65만자에 달하는 글을 썼는데 희한하게 뿌듯함 보다 불안한 마음이 더 크다. 아닥하고 글만 쓸 땐 몰랐는데 막상 완결을 하고 나니 내 글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지 걱정이 되어 잠도 잘 오지 않는다.
아무리 공들여 쓴 작품이라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못하면 그저 쓰레기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그동안 고생했던 모든 시간들이 한낱 시간 낭비 즈음으로 여겨질까봐 겁이 난다.
이번에 완결한 소설은 출판사와 계약된 작품이라 첫번째 작품보다는 그러한 생각에서 자유로울 줄 알았는데 막상 완결을 하고 나니 여느 때처럼 또 불안이 엄습해 온다. 정말 나란 놈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나는 소설을 쓰는 동안 매일 5천자 이상의 글을 쓰며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빙의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가끔은 소설과 현실을 착각하는 경우가 생길 만큼 소설에 푹 빠져 살았다. 그런 내가 때로는 사춘기 소년 같고 현실 기피주의자처럼 느껴져 한심해 보일 때도 있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니 그런 내 자신이 너무나 기특해 보였다.
왜 TV를 보다보면 가끔 영화배우들이 그런 말을 할 때가 있지 않은가? 영화 속 배역에 너무 몰입해 있다가 촬영이 끝난 후에도 감정이 돌아오지 않아서 힘들었다는 얘기......
처음엔 나도 그런 얘기를 들으면 말도 안돼는 소리라고 콧방귀를 뀌곤 했다. 그런데 내가 소설을 쓰면서 그런 것을 실제 경험하고 나니 정말로 그런 일이 가능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 소설에 깊이 몰입하면 마치 현실과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는 걸. 이젠 연기자들이 방송에 나와 그런 얘기를 해도 예전처럼 비웃기보다는 그 연기자를 대단하게 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나는 소설을 통해서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한다. 소설에서 나는 시공간을 초월하고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든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전지전능한 존재가 된다. 실제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내 얘기가 마치 정신나간 사람이 하는 얘기즈음으로 생각되겠지만 실제 그런 경험을 직접 해 보면 내 얘기가 무슨 얘기였는지 공감하게 될 것이다.
내가 생각한대로 마음먹은 대로 뭐든지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소설의 세계이다. 나는 이 세계에서 현실에서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행복을 찾는다. 이것이 바로 내가 소설을 사랑하는 이유다.
자신만의 세계에서 행복을 만들고 싶은 사람은 주저하지 말고 소설을 읽어라. 소설이 아니라도 좋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그 세계에 빠져들어 보라. 그러면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제껏 현실에서 느껴보지 못한 또 다른 행복을 찾게 될 것이다.
뭐든지 경험해 보기 전엔 그것을 백퍼센트 이해할 수 없다. 직접 경험해 보고 느껴보라. 당신의 그런 작은 행동이 당신을 그동안 모르고 있던 또 다른 세계로 당신을 안내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