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환경에 들어갔을 때, 업무만큼이나 낯선 건 공기의 결이었다.
새로운 환경에 들어갔을 때, 업무만큼이나 낯선 건 공기의 결이었다.
시스템은 익숙하지 않았고, 사소한 요청조차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망설여졌다.
어느 날, 개인적인 사유로 관련 부서에 직접 문의 전화를 했다.
정중하게 물었고, 친절히 답을 들었으며,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통화를 마친 뒤, 주변의 공기는 미묘하게 달라졌다.
어떤 질문도 받지 않았지만, 나의 행동은 조용히 회자되었다.
그건 단순한 놀람이 아니라,
‘그건 여긴 잘 건드리지 않는 영역이에요’라는 무언의 경계선처럼 느껴졌다.
어디에도 쓰여 있진 않지만,
이 곳에는 ‘권리조차 눈치껏 행사해야 한다’는 비공식 리듬이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느꼈다.
나는 이곳에 입사했지만, 아직은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아니었구나.
이곳은 말보다 공기가 먼저 흐르는 조직이었다.
형식적 소속은 인정받았지만, 진짜 ‘우리 사람’은 아니었던 감각.
내가 겪은 건 그런 종류의 ‘낯섦’이었다.
어느 날 회의 자리에서,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는 순간이 있었다.
누군가가 질책을 받았고, 모두가 침묵했다.
그 순간 나는 머뭇거리다 본능적으로 입을 열었다.
상황을 보완하려는 말이었고,
모두가 알고 있던 맥락을 덧붙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한마디는 공기를 바꿨다.
회의의 방향도, 분위기도 조금씩 달라졌다.
이후 나에 대한 말들이 들려왔다.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내겐 너무도 당연한 말이,
이곳에서는 기억에 남을 행동이 된다는 것.
공기를 흔들었다는 것만으로도 ‘튀는 사람’이 된다는 것.
그날 이후, 나는 자주 나 자신에게 묻게 되었다.
“이걸 굳이 말해야 할까?”
“아무도 나서지 않는 걸 왜 나만 신경 써야 하지?”
“그냥 모른 척하면 더 편할 텐데.”
하지만 그럴 때마다 떠오르는 문장이 있었다.
“침묵하는 자는 공범이다.” – 한나 아렌트
나는 그렇게 살아왔다.
불의 앞에서 편한 침묵을 택하지 않기로.
공기처럼 흐르는 불합리를 외면하지 않기로.
그게 때로는 나를 불편한 사람으로 만들었고,
부담스러운 존재로 여겨지게 했지만,
그래도 나는 그렇게 살기로 했다.
누군가 꺼내지 않은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겐 하루의 공기,
혹은 커리어의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는 걸,
나는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