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잃지 않기 위한 첫 단추
나를 잃지 않기 위한 첫 단추
부모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기란,
내 이름으로 걸어가는 길이기도 하다.
‘부모’라는 역할에만 몰두하지 않고
나의 총체적 삶을 만들어가는 길.
아이가 만족하는 삶만이 아니라,
나 또한 만족할 수 있는 삶을 만들어가려는 여정이었다.
아이를 기다리던 시간의 기억
아이가 생기길 간절히 바랐다.
그 10개월은 누구에게나 특별하겠지만, 나에게는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초기엔 유산될까 걱정하며 조심했고,
체력적으로 버티기 힘든 날들이 이어졌다.
회사에선 몰래 쉬며 만삭이 되도록 출퇴근을 반복했다.
그저 보기만해도 안쓰러운 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절을 충분히 누리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둘째 가진 엄마들이 여유롭게 즐기는 걸 보며
그저 견디기에 급급했던 나 자신이 떠올라 후회가 된다.
아이와 함께 다시 태어나는 나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온 그 순간,
세상이 멈춘 듯한 감동이었다.
아기가 주는 기쁨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었다.
그 순간만으로도 앞으로 평생 효도를 받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다짐했다.
이 아이에게 어떤 기대도, 부담도 주지 말자고.
그저 이 아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하지만 현실은 다시 전쟁 같았다.
회사로 복귀하며 시작된 워킹맘의 삶.
그야말로 beyond of my capacity.
육아로인해 남편과의 관계도 나빠지고,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연달아 닥쳤다.
스트레스는 내 정신을 갉아먹고 있었다.
나를 잃어버리는 시간
아이를 낳고 기른다는 건 길게 봐야 5년,
짧게는 3년의 시간이 전부라고 한다.
무조건 이쁜시절 말이다.
정말이지 너무 예쁜 아기의 모습을 보며 기뻐하는 것도 잠시,
이후엔 점점 멀어져 가는 자식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단지 부모라는 이유로 너무 많은 걸 포기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는 절대 낳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건 아이가 싫다거나, 후회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저, 너무 힘들었을 뿐이다.
아이를 통해 다시 깨닫게 되는 것들
요즘은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
말도 트고, 인지 능력이 자라나는 아이를 보며
‘이 아이를 정말 잘 길러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또 다른 깨달음이 찾아왔다.
자식을 잘 기른다는 것.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
그건 곧 인간으로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아버지의 부재, 그리고 남은 우리
아빠가 세상을 떠나던 날,
나는 마치 내가 죽은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
이 세상에 또 다른 내가 있고,
그 존재가 사라지는 상실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나는 그렇게 너무 빨리 아버지없는 아이가 되어버렸다
핏줄이란 게 이런 것이구나,
사랑이란 게 이런 것이구나…
그렇게 뒤늦은 후회를 했다.
아이를 통해 만나는 또 다른 나
이제 남은 건
나, 그리고 또 다른 나인 내아기
아기를 기르면서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사람은 그렇게 성숙한 인격체로 성장해가는 것 같다.
아이를 보며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보게 된다.
그 나를 보며 기뻐하고, 반성하고,
그리고 위로하게 된다.
요즘,
생각이 참 많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면서도
내 이름으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아이를 기르며,
나는 나를 기르고 있었다.
그 사실을 이제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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