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끝에서 나를 지키기로 결심한 밤들"
“사직서는 하루아침에 쓰는 글이 아니었다. 수없이 고민하고, 미뤄온 끝에 마침내 써내려간 한 줄의 결심. 그 문장을 완성하기까지, 나는 수많은 밤을 견뎌야 했다.”
사직서는 하루 아침에 쓰는 글이 아니다.
그 짧은 A4 한 장을 앞에 두고,
나는 수십 번 펜을 들었다 놓았고,
수백 번 퇴사를 상상했다가 다시 하루를 견뎠다.
‘지금이 맞는 걸까?’,
‘이 선택이 나중에 후회가 되지는 않을까?’,
‘진짜 내가 힘든 건 조직 때문일까, 나 자신 때문일까?’
나는 스스로를 의심했고, 마음을 다잡았다가, 다시 부서지고, 다시 일어났다.
조용히 분노했고, 조용히 지쳤고, 조용히 버텼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일들을 출근길 지하철 손잡이 밑에서,
업무가 끝난 책상 앞에서,
잠들지 못한 침대 위에서 수없이 되뇌었다.
그렇게 며칠, 몇 주, 사직서를 쓸까 말까를 수 십번 반복했다.
처음엔 단지 피로감이라고 생각했다.
일이 반복되고, 리듬이 단조로워지는 건 누구에게나 있는 일이라며 넘겼다.
하지만 그 감각은 점점 선명해졌다.
이것은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성장의 정체였다.
조직 안에서 더는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감각을 느낄 수 없었고,
해왔던 일은 여전히 잘하지만, 그 ‘잘함’이 더 이상 나를 설레게 하지 않았다.
그렇게 작은 불편함들이 자주 찾아왔고,
나는 점점 소진되어 가고 있었다.
예전에는 버티는 것이 정답이라고 믿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직장생활은 버티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이대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내 안에서 올라왔다.
그건 외부의 충고도, 상황의 변화도 아닌 내면의 작은 목소리였다.
“정말 이게 내가 원하는 삶일까?”
그 질문 앞에서 나는 멈춰섰다.
그리고 비로소 내 삶을 다시 설계해보려는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뭘 해야 할지’보다 먼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그 변화는 극적이지 않았지만, 분명한 전환점이었다.
누군가는 이직이라 부를지 몰라도,
내게는 삶의 방향을 다시 잡는 첫걸음이었다.
그날 밤도 잠들지 못한 채 뒤척이다가 휴대폰을 켰다.
습관처럼 유튜브를 열었고, 무심코 직장생활 관련 콘텐츠 몇 개를 클릭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그날 이후로 피드는 완전히 바뀌었다.
이직 이야기, 회사를 떠난 사람들의 후기,
다른 삶을 고민하는 이들의 인터뷰가 매일같이 내 화면을 채우기 시작했다.
처음엔 재미로 보기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 이야기 속에 내가 있었다.
그렇게 몇 밤을 지나, 나는 사직서 대신 내 마음을 먼저 쓰기 시작했다.
‘오늘까지만’, ‘이번 달까지만’, ‘이번 프로젝트까지만’
그렇게 수많은 마지막을 만들어가며, 나는 내 마음속 퇴직일을 계속 미뤄왔다.
그리고 언젠가, 결정적 단서 하나만 더 주어진다면 이 감정은 결심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직서를 쓰기로 마음먹은 밤은 이상하리만큼 고요했다.
분노도, 억울함도, 슬픔도 모두 다 겪고 난 후였다. 그냥, 끝났다고 느껴졌다.
“이제는 나를 지켜야겠다”는 생각 하나만 남은 밤이었다.
사직서는 감정의 결과가 아니라, 감정의 정리이자, 자기 인생을 위한 한 줄의 결정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짧은 문장을 쓰는 데 10년이 걸렸다. 그리고 그 문장을 쓰기까지 수많은 밤을 보냈다.
요즘 나는 유투브를 시청하며 시간을 보내는 대신
나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나답게 떠나기』는
이직이라는 선택을 둘러싼 모든 감정과 시간을 기록하는 연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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