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일러플 Sep 17. 2016

꽃보다 가시

하루한편의 쉬운 시쓰기 #58


꽃보다 가시

황현민




선인장과

오래 살다 보면

다 안다


한 순간

모든 꽃을 활짝 피웠다가

그 꽃들을 닫아 버린다

그리고는

단 하나의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하나의 꽃이 오므리면

가까운 꽃이

오므렸던 꽃잎들을 다시 펼친다

제 순번이 오가며 꽃과 꽃이 교대한다

가시를 지키기 위한

가시 꽃

그래서인지 더욱 화려하다

가시를 탐하지 못하도록

허수아비처럼

눈이 부시게 불침번을 선다


그 순간

나머지 꽃들은 꽃잎을 오므리며

하얗게 하얗게 옷을 짓는다

제 순번이 돌아올 때까지

제 자리를 청소하고 어린 가시들을 돌본다


선인장과

오래 살다 보면

다 안다


꽃보다 가시가

훨씬 아름답고 소중하다는 것을












2016. 9. 17

선인장 꽃은 정말 화려하다. 태양빛을 받으면 더 찬란하고 빛을 발산한다. 스마트폰 카메라로는 선명하게 꽃을 잡기도 힘들다. 빛이 너무나 화려하게 빛나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선인장 꽃은 시선몰이가 강력하다. 특이하게 그 많은 선인장 꽃들이 어느 순간 일시에 피웠다가는 달랑 하나의 꽃만 피운다. 다음 날에는 그 옆의 꽃이 피고 이전 꽃은 다시 오므렸다. 시골집에 있는 굵은(?) 손가락 선인장 꽃의 이러한 모습이 하도 신기해서 이렇게 시로 적는다. 지금 생각해보니 일시에 모두 피는 그 순간을 사진으로 제대로 잡아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시골집에 자주 가야지... 그래야지요... 시골집에 가면 꽃들이 많다. 하얀 왕별꽃이 있었는데 올 해는 피지 않아서 아쉬웠다. 대신 시골집 마당에 삼 년 만에 해당화가 활짝 피었고 여인네 향기를 내뿜고 열매도 열었다. 이전 꽃들이 나지 않으면 새로운 꽃들이 핀다. 아무튼 손가락 선인장은 내가 볼 때마다 하나씩 교대로 꽃을 피웠다. 나머지 꽃들은 꽃잎을 오므리고 솜털 같은 걸로 하얗게 하얗게 자신을 감싸고 깊은 잠을 자는 듯했다. 시골집 손가락 선인장 꽃을 보고는 나만의 시각으로 시 한 편을 지어보았다.






작가의 이전글 낚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