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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러플 Oct 16. 2016

스마트폰

하루한편의 쉬운 시쓰기 #66


스마트폰

황현민




달팽이가 사라졌


전철을 타고 내릴 때

고개 숙이고

느릿느릿 앞서 가는 좀비들


한때는 두 눈 크게 뜨고

노려보았는데


그들처럼

중년의 굼벵이 한마리 좀좀 걸어간다


등 뒤에서 나를

마구 쪼아 먹는 눈초리들


나무늘보가 웃고 간다


너희도 곧

느림의 만학에 줄서게 될터이니...


하하하


달팽이가 떠나고

우주 밖으로

거북이 달아나고 있다







2016. 10. 16

느림이 좋다지만, 폰만 보며 걷다보면 이래저래 실례다. 절철을 타고 내릴 때, 심지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릴 때도 나무늘보들이 너무 많다. 나도 어느덧 그 대열에 들어섰지만, ...

나도 모르게 느릿느릿 되어버렸다. 10분 거리가 20분 거리로 바뀌었다.

가끔 등 뒤에서 슬쩍 치며 가는 사람, 나를 째려보는 사람들을 이해한다. 부디 용서하시라. 너희들도 곧 그리 변할 터이니... 느릿느릿 스마트폰들이 걸어가는 세상이 되어버렸응께라우~~~


달팽이와 거북이가 사라졌다.

달팽이와 거북이 처럼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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