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한편의 쉬운 시쓰기 #81
물 그림자
황현민
누구나 그늘 쪽으로 어둠 속으로 뛰어들었다
늘 그렇게 늘 그림자처럼
아니, 그림자 속으로, 아니, 그림자 밑으로
안락하게 숨어들었다
아무도 모르게 그 무엇도 죽은 듯이 적막하게
누구는 세상을 등지고 숲으로 들어갔다 누구는 연꽃처럼 버티며 살아왔다
또 누구는 남들처럼 살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알고 보면 다 부질없고 허망한 일이었지
물 그림자 속으로 숨어드는 황금 물고기를 나는 보았다네
너무도 선명한
그 바깥보다도 더 눈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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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08. 09 오랜만에 브런치에 하루한편의 시를 올리며...
오늘 점심을 너무 빨리 먹어서 소화를 시킬겸 우산을 들고 산책을 나왔다가 황금 물고기를 또 만났습니다.
물 속보다 물 그림자 밑에 황금이 더 눈부시더라고요. 황금이 너무나 눈부셨습니다.
허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세속을 벗어나 산다는 것은 물 그림자처럼 드리워지는 것인 줄만 알고 우러렀는데... 실은 정 반대였다. 연밭에 사는 황금물고기가 물 그림자 밑으로 숨어들 때 나는 처음 알았다. 물 밖으로 튀어 올라온 것처럼 눈에 확 들어왔다. 은둔이건 칩거니 홀로 고즈넉하는 것들은 물 그림자 밑으로 숨어드는 것들이다. 결국 더 눈에 잘 띠기 마련이라는... 아, 정말 허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난 정말 무얼 위해 살았던 것일까?
우주의 암흑은 무한대로 크다고 하는데.... 그림자는 아닌가 보다.
그러고 보면 세상엔 그림자보다 그림자 없는 곳이 더 많다. 그늘보다 그늘 아닌 곳이 더 많다. 그러니 더 눈에 확 띌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