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편의 쉬운 시쓰기 #112
상향과 만만세
황현민
삼일절,
태극기도 없는 나는
밥을 짓습니다. 아내 몰래 담아 온 처가집 햇쌀과 마트에서 사다 논 잡곡을 썪어 약불에 밥을 안치고 김치가 다 떨어져서 남아있는 김치 국물에 두부와 양파를 넣고 된장을 풀어 국을 끓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밥 한 그릇과 국 한 그릇뿐입니다. 이 땅의 태극기 앞에서 한 점 부끄럼이 없이 살다가신 모든 존재하신 분들께 올립니다.
당신들이 드신 밥과 국을 이어받아 한 끼를 먹습니다. 이 땅의 삶을 또 살아가겠습니다. 최대한 비굴하지 않게... 최대한 부끄럼이 없이...
대한도 독립도 문학도 사람도 사랑도 희미해져가는
요즈음,
우연히 발견한 젊은 문장으로 만세 삼창을 외쳐봅니다.
"우리 존재 만세! 만세!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