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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러플 Nov 20. 2021

텔레포트

내 서랍의 오래된 메모를 세상에 꺼내놓는다 #2


텔레포트

황현민





  세 달 반 만의 프로젝트가 끝났다. 카프카와 하둡과 네티와 나는 약속한 대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이번 여행은 색다르게 개발자들이 많은 세상을 찾아 떠나기로 결정하였다.


  카프카가 변신을 시도한다. 이번에는 우주선 파피용*이다. 우리는 카프카가 있어 어디든 갈 수 있다. 우주를 너머서 전혀 다른 차원으로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다. 우리 넷이 모이면 못할 것이 없다. 우리의 능력은 상상초월이다.


  지금 이곳과 전혀 다른 진짜 개발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세계를 찾기 위해 하둡이 발동했다. 카프카가 광속의 100배 이상으로 날아가는 동안 하둡은 모든 풍경과 풍경 속의 데이터를 분석하였다. 네티가 최종 데이터를 출력한다. 출발한 지 단 30분 만에 우리는 도착지를 발견하였다.


  똑같은 지구별 똑같은 나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파피용이 천천히 내려앉았다. 투명 보호막을 걷고 우리 넷은 모습을 드러냈다. 어디든 마찬가지지만 이곳 사람들도 복장이 우리와 달랐다. 게임이나 영화에서나 볼 법한 신소재의 미래형 슈트를 입고 다녔다. 사람들이 우리 네 사람을 신기한 듯이 바라보며 지나갔다. 몇몇 사람들과는 사진도 함께 찍었다. 이대론 여행이 불편할 듯하여 우리는 옷부터 갈아입기로 했다. 하둡이 스캔을 시작했다. 10초 만에 분석 결과를 말했다. 이곳은 카드가 처음부터 없었다고 한다. 여전히 화폐가 통용되고 대신 스마트폰 결제는 선불제로 가능하다고 했다. 다행히 5만 원권 화폐가 이전 세계와 동일했다. 귀여운 네티가 프로그래밍을 시작하여 스마트폰에 이 세계의 모든 모듈을 탑재하고 우리는 현금 5만 원권으로 간이매점에 들러 선불을 지불했다.


  슈트를 사기 위해 우리는 명동으로 향했다. 이곳은 차들이 없다. 사람들은 텔레포트를 한다. 길바닥을 자세히 보면 동그랗게 구역을 지정해 놓았다. 그 안에서 폰으로 가고자 하는 곳을 선택하면 금방 이동할 수 있다. 우리도 텔레포트로 명동으로 이동했다. 도착하자마자 스마트폰으로 환영 메시지가 전달되었다. 거대한 전광판에는 우리 네 사람의 얼굴이 영상으로 잠시 나왔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동그랗게 생긴 드론들이 여기저기 많았다. 분홍색 토끼 얼굴 모양의 야구공만 한 드론이 우리에게 다가와서 무엇을 찾느냐고 묻는다. 슈트를 사러 왔다고 하니까 우리 눈앞에 홀로그램 영상으로 슈트를 보여주면서 골라보라고 한다. 각각 원하는 것을 선택하자 드론은 우리 네 사람을 해당 매장으로 텔레포트시켜주었다. 세상에~ 너무 오버하는 것 같기도 했다.


  종원업들은 모두 인공지능 로봇들이었다. 네티는 가슴이 훤히 다 보이는 슈트를 입어 남자 셋을 난감하게 했다. 슈트를 입은 우리는 완벽한 이 세계의 사람들이다. 음식을 먹으로 식당으로 이동했다. 이번에는 구경도 할 겸 천천히 걸었다. 가이드 드론에게 우리는 걸으면서 구경하겠다고 하니까 모든 드론들이 우리에게 접근하지 않았다. 미래 도시답게 음식 냄새가 풍겨 나오지 않았다. 우리는 길가 식당을 발견하고 무작정 들어갔다. 안에는 빈 공간만 훵했다. 가운데 테이블에 가서 앉아서 주문을 했다. 신기하게 메뉴는 동일했다. 카프카와 하둡은 스테이크를 주문하고 나와 네티는 오므라이스와 스파게티를 주문했다. 피자와 맥주도 시켰다. 음식을 들고 온 종업원(로봇)이 어디에서 음식을 드시겠냐고 묻는다. "네?" "메뉴판의 장소를 선택해 주세요?" 메뉴판에서 우리는 이과수 폭포를 선택했다. "결재를 하시면 바로 이동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는 결재를 하고 텔레포트를 해서 테이블과 의자와 음식과 함께 이동했다. 이미 미리 와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마존의 북소리와 함께 춤을 추는 원주민들이 보였다. 로봇이 아니라 실제 원주민이란다. 먼발치에는 악마의 목구멍이라는 이과수 폭포의 장엄함이 펼쳐지고 있었다. 참으로 식사 한 번 하는데도 이렇게 멋지게 할 수 있는 세상이 있구나, 나는 꽤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맥주를 계속 시켰다. 맥주를 좋아하는 네티는 남자 셋보다 더 잘 마셨다. 술에 취한 네티는 원주민 아저씨들과 뭐라 중얼중얼하면서 잘 어울리고 가슴이 훤히 드러난 슈트를 입고도 춤을 잘도 춘다. 아, 취한다. 카프카와 하둡은 여전히 개발자가 사라진 세계에 대해서 심각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이야기는 그만하자. 이제 슬슬 이 세계의 개발자들을 만나러 가봐야지" 나는 네티를 불렀다.


 





  우리는 이 세계의 텔레포트 천재 개발자를 만났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사람이 아닌 물건과 동물만 이동을 시켰는데 지금은 사람도 가능하다고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지구 반대편의 신선한 음식을 바로 받아먹을 순 있었지만 지금처럼 사람과 테이블 통째로 이동하여 식사를 할 순 없었다고 한다. 텔레포트 시장이 급성장하여 내년에는 크기에 상관없는 시스템을 선보일 것이라고도 한다. 별 하나쯤은 거뜬히 텔레포트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그가 웃는다. 우리는 그가 내놓은 와인을 술잔에 따르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오오, 그게 어떻게 가능할 수 있지요?" 네티가 물었다.

  "크기가 중요한가요? 테크닉이지요?"

  네티의 얼굴이 발개졌다. 갑자기 네티가 젊은 총각에게 다가가 애교를 부린다. 둘 사이의 분위기를 끊고 다시 내가 물었다.

  "구체적으로 말씀해 보시지요?"

  "그러니까 20년 전 내가 읽은 고전이 있어요. Kafka의 '변신'이란 책인데... 그 책을 읽고 힌트를 얻었지요. 주인공이 변신을 하는데 사실은 실제로 변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차원의 존재가 뒤바뀐 것이란 사실을 알았지요. 시간과 공간, 크고 작은 것은 본래 없는 것이란 것을 알고 나니 모든 알고리즘이 쉽게 풀렸지요. 아마도 그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지금 수준의 텔레포트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아, 그러니까 어떻게 별만 한 것을 이동시킬 수 있단 말입니까?" 하둡과 네티와 내가 동시에 말했다. 카프카는 여전히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미소만 지을 뿐이었지만

  "이 우주는 하나의 하드웨어입니다. 그리고 암흑이라는 물질이 있지요. 그것은 바로 소프트웨어이지요. 불가능할 게 뭐 있겠습니까?"

  "우주라는 하드웨어를 이용하고 프로그래밍을 한다는 말씀인데요? 그렇다면 그것을 어떻게 한다는 거지요? 쉽게 좀 말씀해 주십시오?" 내가 다그쳤다.

  그동안 내가 풀어야 할 수수께끼를 이 사람은 20년 전에 풀었던 것이다. 10살의 어린 나이에 말이다. 대략적인 메커니즘은 알고 있었지만 우주라는 공간에 어떻게 직접 코딩을 할 수 있는지를 나는 여전히 몰랐다. 나는 무척 궁금했다.

  갑자기 카프카가 어설픈 미소를 지으며 젊은 총각에게 건배를 제의한다. 젊은 개발자가 잔을 부딪히고 원샷을 하고 잔을 내려놓기 무섭게 일어섰다. 카프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데 알았다는 듯이 그는 책을 들고 와서 카프카에게 건넨다. 카프카 얼굴의 미소가 멈쳤다. 카프카 쪽으로 일제히 몸을 기울였다. 나는 깜짝 놀랐다. 내가 알고 있던 표지와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표지에 그려진 그림 자체가 바로 알고리즘이었다.

  "세상에 이럴 수가!"


  나는 폰으로 표지를 촬영했다. 그 누구도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카프카는 미소도 없이 조용했고 세 사람은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파피용 : 베르베르 소설에 나오는 우주선 이름, 소설 제목이기도 함












  표지 속 주인공은 남자라기보다 여자에 가까웠다. 그리고 숫자들이 없다. 숫자 대신 새 모양의 현존하지 않는 문자들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원과 포물선을 그리며 새겨져 있었다.

       



  





  

(C) 30/07/2016. Hwang Hyun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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