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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러플 May 03. 2019

진짜 공급과 수요를 위하여

모든 시집을 모두 공급하는 것이 모든 수요를 만족시키는 지름길이다.


오랜만에 궁시렁거리고자 한다.


내 경험으론 옛날 서점에는 시집들이 참 많았다. 매대라고 해야 하나? 아마도 가장 큰 매대를 쓰지 않았나 기억된다. 한마디로 잡지 보다 시집이 훨씬 많았던 시절이다. 당시, 비작가의 책이 매우 드물던 시절이었고 시와 소설, 수필이 주류였으니까 그럴 수 있으리라. 무엇보다 다양한 시인들의 시집이 (어느 정도는) 공평하게 매대에 놓여 있었다.


오늘날에는 정반대다. 시집 매대가 제일 작고, 시인들은 훨씬 많은데 시집은 매년 동일한 것만 매대에 놓여 있다.


이러한 현상, 서점에 시집이 드문 까닭은 무엇일까? 대다수가 시집이 안 팔리니까 당연하다는 식의 이해를 할 것이다. 하지만 이건 사실이 아니다. 시집이 안 팔려서 시집 매대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전문 분야 비작가들의 (자기개발서적 같은) 책들이 매대를 차지하기 시작하면서 발생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권 당 1~2만 원을 훌쩍 넘기는 서적들은 1만 원권 이하 책들을 마구 밀어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매대를 많이 차지하는 책들이 인기를 더하고 잘 팔리는 책이 되었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 할지라도 서점 매대에 놓이지 않으면 팔리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물론, 온라인으로 모든 시집을 찾을 순 있다. 하지만, 속을 열어볼 수 없다. 좋아하는 시인의 시집이 아니고서야 온라인으로 바로 구매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대부분 서점으로 가서 신간 시집들을 읽어보고 맘에 드는 좋은 시집을 사서 가슴에 품고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서점에 가도 신간 시집은 매우 드물고 매년 놓였던 시집들만 놓여 있다. (샀던 책 또 살 순 없지 않은가?) 도무지 어떤 시집이 좋은지 알 길이 없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일반인들이 시집을 읽지 않게 된 것은 당연하다.


사람들이 시를 멀리하게 된 것은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다고 본다. 그중 가장 큰 것은 바로 서점이며, 나머지가 교육이다. 학교에서 시를 낭송하지 않는 세상이다. 이것은 정말 심각하다. 영혼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가장 쉬운 길이 바로 시 한 편일진대, 시를 가르치지 않는다. 시가 뭔지도 모른다. 아주 자연스럽게 시집을 읽으려는 독자들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을 뿐이다.


(믿든 안 믿든 상관없지만, 공감을 하지 않는 사람은 어리거나 외계인이거나 수상한 사람일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시집은 꾸준히 출판되고 있다. 서점 매대에 놓이지 않으면 팔리지도 않는데 시집은 출산을 멈추지 않고 점점 다산을 하는 추세다. 시집을 세상에 내놓고 싶어도 못 내는 수많은 시인들도 많고 출판사마다 이미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시집들도 많다고 한다.


여기서 하고픈 말은,

적어도 서점이라면, 적어도 매년 똑같은 시집들을 매대에 놓지 말고 좀 더 공평하고 다양하게 다수의 시집을 놓아주길 희망한다. 충분히 가능할 듯하다. 오히려 서점은 보다 더 큰 수익을 얻을 거라 확신한다.


나아가서,

공정한 분배를 원한다. 공정한 수요를 위해선 공정한 공급이 있어야 한다. 분배는 공급과 수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만족시켜야만 한다. 공급이 극소수이면 독자는 늘지 않는다. 책은 의식주가 아니다. 책을 팔기 위해선 우선 독자를 만들어야 한다. 사람들을 독자로 만들어야 한다. 책은 독과점의 대상이 아니다. 그럴수록 오히려 독자들은 사라지고 수익은 점점 줄어들 것은 뻔하다. 책을 많이 팔려면 더 많은 책을 매대에 진열해야 한다. 매년 똑같은 매대는 망하는 지름길이 분명할진대... 적어도 망하지 않으려면, 다양하고 수많은 개성을 지닌 개개인들을 생각해야 한다. 개개인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다양하고 수많은 공급을 제공해야 한다. 수많은 작가들과 시인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 자체만으로도 다양하고 수많은 작품들이다. 공급을 보다 넓히고 공정하게 한다면,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늘어날 것이고 책은 훨씬 많이 팔리게 될 것이다.


독자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독자 탓이 아니다.

책을 찾는 것은 사람의 여유가 아니라 필연이다. 하지만 서점에 와서 책을 찾아도 읽을 만한 것이 없어서 빈손으로 돌아가고 두 번 다시 서점에 오지 않는다. 돈을 주고 살만한 책이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돈을 주고 살만한 책들은 대부분 서점에 없다. 도서관에도 없다. 그나마 도서관에 가서 독자들은 대강의 책들을 읽는다. 그저 그런 책들을 돈 주고 사서 읽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그래도 잘 찾으면 좋은 책은 있기 마련, 도서관에서 좋은 책을 만났다면 독자는 바로 온라인 구매를 하고 그 작가의 고정 고객이 되기 마련이다.


그나마 작은 전문 서점들이 많이 생겨서 다행이다. 거기에 가면 좋은 책들이 분명 많기 때문이다. 최근 돈을 주고 사도 아깝지 않을 책들을 작은 서점에서 나도 만났다. 대형 서점에선 올해 딱 한 권 만났을 뿐.


요즘 시집은 읽을 만한 게 없어요. (여기서 그치면 다행이지만,) 요즘 시인들은 시를 정말 못쓰는 것 같아요. 요즘 시인들은 시인이 시인 아닌 것 같아요.


독자들은 이런 말을 한다.

(독자들을 이렇게 만든 것은 절대 시인 탓이 아니다.) 매년 똑같은 시집들이 놓여있는 매대 앞에서, 더 이상 읽을 만한 시집이 없는 서점과 도서관 안에서, 시를 사랑하는 독자들이 격하게 한탄하는 소리다. 좋은 시집이 분명 어딘가에 있는데 서점이 (도서관이) 하는 역할은 거의 없다. 수많은 시인들의 시집을 공평하게 분배하지 않는 작금의 시스템에 대한 푸념 썩인 진짜 독자들의 말이다.






공정한 분배 = 모든 공급 + 모든 수요

- 모든 시집을 모두 공급하는 것이 모든 수요를 만족시키는 지름길이다. 모든 수요를 위해 맞춤형 공급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모든 공급이 사전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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