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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러플 Jun 14. 2020

빨래를 하면서

하루한편의 쉬운 시쓰기 #182

빨래를 하면서

황현민





손빨래가 귀찮아서

가끔씩 세탁기를 돌린다

이때는 표준이 아닌 울로 세탁해야 한다

빨래를 뒤집어 넣고

울, 냉수, 높이 고를 설정하고 동작 버튼을 누른다

울 중성세제를 5초간 두 번 뿌리고 뚜껑을 덮는다

10분 지나 세탁 물이 빠지면

전원 버튼을 2번 누르고

다시 처음부터 울, 냉수, 높이 고를 설정하고 동작시킨다

울 중성세제를 5초간 한 번만 뿌리고 뚜껑을 닫고 36분을 돌린다

총 46분을 돌리고 나서

빨래를 꺼내어 바로 너는 게 아니라

빨래를 잘 뒤집어 넣고 골고루 펼쳐야 한다

다시 뚜껑을 닫고 전원을 켜고

냉수, 높이 고, 세탁 0, 헹굼 1, 탈수 3을 설정하고 17분을 더 돌린다

총 63분 동안 나의 몸은 편안해진다

경쾌한 알람이 울리면

뚜껑을 열고 잘 빨린 옷가지들을 하나씩 하나씩 꺼내어 탈탈 털어서 넌다


E=mc²처럼 초벌에 관한 공식이 생겨났다. m 대신 물의 부피로 c 대신 초벌 값으로 제곱 대신 1~10까지 곱하기가 어울리겠다. 깨끗한 정도는 에너지와 같다는 무의식에서 이 공식이 비롯되었는데 초벌을 하지 않을 경우를 1이라 정의할 때 초벌은 2부터 시작하고 초벌을 두 번 했을 때 초벌 값은 3이 된다. 그리고 세탁+헹굼+탈수의 시간을 10 등분하여 곱한다.


깨끗해진 옷가지의 에너지는 전적으로 나의 기준이다. 옷의 에너지는 물의 부피 * 초벌수 * 시간으로 결정되었다. 하지만 에너지 값이 상승할수록 옷감의 손상은 더 빨라졌다. 깨끗할수록 더 쉽고 더 빠르게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따라서 옷감마다 W, F, T의 안배가 중요하다. 그중 옷감에 적합한 시간 값을 잘 계산하여 세탁기를 돌려야 옷감을 손상시키지 않고 깨끗함을 얻을 수 있다. 에너지가 높으면 높을수록 위험한 것은 여전했다


물의 온도는 냉수뿐 물의 부피는 네 가지로 하고 코스는 울로 초벌은 2 혹은 3으로 하고 헹굼은 2~4로 탈수는 1,3,5 중 선택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무엇보다 빨래를 잘하는 사람은 초벌을 중시한다. 머리 감을 때나 샤워할 때나 설거지할 때도 초벌을 꼭 한다  


이렇게 빨래를 널고 나면

삶을 살아갈 때도 사람을 사랑할 때도 늘 빨래를 하는 것처럼 잘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뒤늦게 후회한다. 쓴웃음 뱉으며 바람에 말라가는 나의 옷가지들에 얼굴을 부벼대곤 한다










#손세탁 #손빨래는울세탁으로 #빨래를하면서 #초벌에대하여 #깨끗함은에너지다 #에너지가높을수록위험하다 #옷감마다적합한에너지가필요하다 #사랑도삶도사람도모두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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