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를 찐다 무더운 날에 작은 숙소 부엌에 냄비를 올리고 집에서 가져온 감자를 찐다 감자가 끓고 열기가 번지고 감자 향이 내게로 온다 감자가 익는다 감자는 무더위처럼 익어가고 여름처럼 끓는다 감자가 다 익어 보솔 보솔 번지는 것이 내 입으로 들어오면 나는 밖으로 나가리라
한동안 뜨거운 감자를 내내 먹으리라 감자를 찐다 감자가 끓고 익어가고 진한 감자 향이 내게로 온다
작은 종이컵에 얼린 얼음의 종이를 벗기고 씻어 큰 컵에 담아 집에서 가져온 복분자를 부어 흔들어 마신다
몸이 뜨겁다 선풍기를 2단으로 틀어도 뜨겁다 내 방은 뜨겁고 내 몸도 후끈하고 술이 되어버린 복분자는 내 몸을 찐다 내가 감자를 찌듯이 복분자가 내 몸을 찐다 나를 끓이고 나를 익힌다
감자가 익어 취해간다 담배 한 가치를 태우면 불을 끄리라 불을 끄면 감자는 멈추고 내 몸속으로 들어올 것이다 복분자와 감자를 먹으면 내 몸은 더욱 붉게 쪄져
여름이 되리라 내 몸에도 사람 향이 넘치리라
내 몸은 불타고 복분자는 없고 얼음만 남는다 아뿔싸, 감자가 탄다 나는 달려가 렌지의 불을 끄고 시끄러운 후황을 껐다
담배가 덩달아 불타오르고
페북 과거의 오늘에는 나의 일상의 기록들이 있다. 당시에는 단순한 메모였을 뿐인데... 시를 짓는다는 인지 없이 순수한 나의 자동기술적인 메모가 늘 좋은 글로 다가온다. 그것을 시로 짓는 경우도 참 좋다. 오늘은 그 메모를 그대로 옮겨서 하루한편의 쉬운 시쓰기로 올린다. 오늘은 외출을 해야 해서 바쁘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 올려보고도 싶다.
나는 결국 에어컨을 틀지 않았다.
사무실처럼 내내 틀어놓지 않고 아주 잠깐 켜고 선풍기를 돌리면 된다는 것을 나중에야 터득했다. 웬만하면 찬물에 샤워하고 선풍기로 여름을 충분히 잘 지냈기 때문인데... 해가 바뀔수록 너무나 더워서 그것으로는 견디기 힘들어졌다는 것을 인지하고 에어컨을 잠깐씩 아주 가끔씩 틀곤 한다. 전기세 거의 오르지 않았다.
아무튼, 더위를 떠나서 머리에 열이나면 안된다. 머리를 늘 시원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정신이 제대로 굴러간다. 여름에는 머리를 차갑게 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머리가 뜨겁다 싶으면 즉각 머리를 차갑게 하기위해 애써야만 한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삶의 지혜다. 옛 사람들은 한여름에는 시원한 계곡에 가서 발을 물에 담지 않았던가, 머리를 차갑게 하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이 바로 발을 먼저 차갑게 해주는 것이란다. 오죽하면 핫팩말고 냉팩까지 나왔겠는가, 여름 산행시에는 계곡따라 산행을 해야한다. 발이라도 오래 담근다면 머리가 시원해질 테니까 더위를 먹었다는 것은 다른 말로 머리가 뜨거워졌다는 말과 같다. 위험하다. 계곡도 없고 계곡물도 없을 경우를 대비해서 냉팩이 필요하다. 그것을 두 발바닥에 꼭 붙이고 그늘에서 잠시 쉬는 것도 괜찮으리라. 뭐. 머리에도 같이 붙이자.
큰 아들 군대에서 신병 휴가 나올 때 냉팩을 잔득 가지고 나왔다. 큰 아들이 무더위 때 입대를 해서 냉팩을 많이 선물받았다고 한다. 많은 양의 냉팩이 내 서랍에 가득하다. 나도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데... 에어콘 켜듯 가끔 산에 갈때 가지고 다녀볼까도 싶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