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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러플 Aug 20. 2016

사라져 가는 시

하루한편의 쉬운 시쓰기 #33


사라져 가는 시

황현민




작년까지만 해도

도서관에는 시집이 꽉 차 있었다

희귀본도 많았다 여기 모든 시집을 다 읽노라

새해 다짐까지 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절반의 시집들이 모두 사라졌다

사서의 말로는

10년 동안 대출 없는 책들을 정리했다고 한다

그 많은 시집을 어딘가에 기증할 거라고만 했다

아무리 그래도

희귀본과 소장 가치가 있는 시집들을

사서들이 지켜줬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 후로 도서관을 찾지 않았다



*



요즈음 가끔 도서관을 방문한다

시집이 아닌 컴퓨터 서적을 보러 간다

인근 동네에 코더들이 많이 살아서 인지

다른 곳과 달리

알짜배기들이 꽉 차 있고 신간 서적들도 꽤 많다

멀리 서점에 가느니 가까운 이곳이 훨씬 편했다


오래간만에 도서관에 와서

컴퓨터 서적 세 권과 야한 소설 한 권을 빌렸다



*



초등학교에서는 시낭송을 하지 않는다

어느 먼 나라는 10 억 상금의 자작시 낭송 TV 프로그램도 있다는데

우리네 선생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시를 읽어주지 않는다

서점에서도 시집은 점점 사라져 가고

시집 코너가 구석으로 밀려난 지 한참이다

시집들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지만

해마다 시인들은 늘어나고 시집들은 매일 탄생한다

독자는 점점 줄어들고

읽히지 않으면 시집은 폐기된다 도서관처럼


1980년대까지 베스트셀러는 시집이 차지했고 100만 부 이상 팔렸다

지금은 가장 많이 팔렸다는 시집이래야 고작 1만 부다  

시집을 사는 사람은 작가들이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 문청들이다

시 전문 문예지는 죄다 시인들이 구독한다

죄다 그렇다

일반 독자들은 인터넷으로나마 시를 읽을 뿐

좀체 사지 않는다


나도 좀체 사지 않는

정말 내 맘에 드는 시집만 사고 도서관에서 읽었다



*



아, 그 도서관 사서들의 깊은 뜻을 오늘 알겠노라

시를 사랑한다면

웬만하면 사서 읽으라고요!


이 와중에

최근 어느 시인은

세계 최초로 시집 전문 서점을 오픈했다

정말 시집만 판다


이왕지사

그래, 가난한 시인의 작은 시방(詩房)에 가서

시집을 사야겠다고 나는 다짐해 본다





















2016. 8. 20

오랜만에 도서관에 다녀왔다. 폭염 때문인지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노인분들도 많고 앉을 곳이 없어 책만 빌려가지고 왔다. 시집은 한 권도 빌리지 않았다. 그래도 소설책 한 권 빌려왔다. 제목이 야해서 빌렸다. 더운데 시간이라도 잘 보낼 겸... 그리고 소프트웨어 서적 세 권을 빌렸다. 그냥 빌렸다. 느지막이 코딩 좀 다시 해볼까 하고...


올 초만 해도 도서관에 시집들이 꽉 차 있었는데... 도서관에 가서 시집 코너에서 시집들을 매만지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었는데...


점점 시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나 또한 시를 게을리 해선 안된다고 안된다고 다짐하고 다짐하면서 그냥 써내려 갔다. 오늘은 시가 아닌 산문이다. 우리 시단의 모습(역사)과 그래도 시가 살아있다는 희망을 담았기에 시라고 판단하여 발행한다.


시가 살아야 사람이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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