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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러플 Aug 24. 2016

염화미소

하루한편의 쉬운 시쓰기 #37


염화미소

황현민




문화 행사의 날

호수공원 야외 콘서트홀


참새 떼처럼

관객들이 모여 앉았다


그 틈 속 시인들도


두 번째 달의 여름 연못이

바탕 음악으로 흘러나온다

 

시인은

시 한 편을 낭송한다


갑자기

시인은 낭송을 멈추고

시집을

떨어뜨린다

은근슬쩍 떨어뜨린다


관객

어리둥절하며 웅성거린


여름 연못이 멈췄다


시인은 관객들을 본다


킥킥

한 소녀가 웃었다


시인은

소녀를 향해 미소 지으며

이어 시를 낭송한다


하나 둘 셋

관객

미소를 띠기 시작한다


호수의 물결이 일렁이고

잔잔한 바람

소나무 가지를 살랑거린다
















2016. 8. 24


시를 이해한다는 것,

시를 억지로 이해시키려 한다는 것은 잘못이다.


시를 쉽게 쓴다는 것,

시를 일부러 쉽게 써서 독자들을 붙잡아야 한다는 것은 변명이다.


단 한 사람이라도

시인의 시를 읽고 미소를 지어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시인은 시는 행복할 뿐이다.


시란 것은 머리가 아닌 마음과 영혼으로 느끼는 것이다.

이해를 떠나서, 쉽고 어렵고를 떠나서

시는 그냥 느껴지는 것이다.


이래저래 요즘 시단에는 변명거리들이 참 많은 듯하다.


시인은 그저 자신의 시를 쓰면 그만이다.

누구나 한 편의 시를 읽고 미소를 지을 수 있다. 시는 그런 것이다.


나는 나다. 시는 나다.

나는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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