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색소음
소음은 시골의 아침이다. 소음이 시골의 일상이다. 더 이상 시골은 없다. 시골은 도시보다 훨씬 시끄럽다.
이런 시골을 무어라 불러야 할까?
시골과 도시의 차이는 무어라 정의해야 할까?
덤프트럭이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의 넉넉한 길이라면 시골이 아니라 도시다. 이런 시골을 차라리 작은 도시라고 부르자.
차가 다닐 수 없는 흙길과 오솔길이 있는 마을이 있다면 시골이라고 부르자. 지구상에 이런 시골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
절벽을 오르내리며 살아가는 사람들, 뗏목을 타고 강을 오고 가며 사는 사람들, 반나절 산을 오르내리면서 등하교하는 아이들, 한적한 오솔길로 걸어서 다니는 선한 사람들, 오토바이와 자전거를 타고 빠르게 이동하는 사람들, 차길은 저 멀리서 끊기고 오솔길만 이어지는 마을들, 너무나 고요한 곳, 밤하늘에 별들이 반짝이는 곳, 서로 나누고 베푸는 신선 같은 사람들이 있는 곳,...
이런 사람들과 이런 마을이 진짜 시골이겠지
차가 겨우 드나들 수 있는 길이 있더라도 시골이라고 부르지 말자. 그냥 작디작은 도시라고 부르자. 그 좁은 차길이 너른 도로가 되고 수많은 트럭과 트랙터와 기계들이 들어와서 내내 공사를 할 테니까
그렇게 시골이 사라지고 점점 도시들이 생겨나는 것이니까
그래서 이 작디 작은 도시는 도시보다 더 시끄럽다. 백색소음이 짙은 대도시가 차라리 나으리라. 여긴 너무나 시끄러워서 작은 도시라고도 부를 수 없겠다. 너무나 고의적인 소음들이 너무나 많아서ㅡ
여기는 지금 흑색 도시라고 부르자.
(C) 2023.10.13. HWANG HYUN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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