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편의 쉬운 시 쓰기 #45
바탕화면
황현민
왜 나는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는가?
왜 나는
내가 살아야 할 그 곳에서 살지 않고 있는가?
내가 있어야 할 곳은
내가 살아야 할 곳은
바로 거기인데
왜 나는
무심코 이 곳에서 생겨나
불완전하게 여기서 살고 있는 것일까?
왜 나는
내가 머물러야 할 그곳에 살면서
차라리 지금 이곳으로 링크를 걸지 않는 것일까?
내가 있어야 할 곳에서 살지 않으면
사라져 버린 나의 흔적을 찾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나를 삭제라도 하는 허망한 날엔
한번 잃어버린 생을 복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왜 나는
내가 지어놓은 디렉토리에서 살지 않고
여기 바탕화면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
왜 나는
한번 상처 받으면
치유가 어렵거나 거의 불가능한
여기 바탕화면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
왜 나는
내가 있어야 할 그 곳에서 살고 있지 않는 것일까?
2016. 8. 29
오래 전에 썼던 시다. 싸이월드에 썼던 글인데... 여기에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