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아니야
내 마음의 빈집 한 채를 발견했다. 잠 못 이루던 새벽에 발견한 것이다. 요즘 부쩍 꿈을 꾼다. 돌아가신 분들이 자주 꿈에 보인다. 큰아버지부터 시작해서 돌아가신 뒤에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할머니 두 분까지, 우리 집안 조상님 모두 총출동이다. 꿈에서 장례식과 결혼식을 번갈아 진행했다. 특히 장례식 꿈을 꾸었을 때, 나는 내 마음의 빈집 한 채를 발견했다. 장례식의 주인공은 가족 중에서도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다. 그녀를 칭하는 단어를 내뱉는 것만으로도 재수가 없어질까 차마 이름을 부를 수도 없다. 언젠가 모든 딸들이 마주하게 될 세상에서 가장 슬픈 죽음은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언젠가 반드시 찾아올 일이다. 나는 까먹고 있었다.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나는 혼자서 많은 것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혼자 밥 먹고,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원데이클래스를 신청해서 지갑을 만들고, 혼자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른 적도 있다. 언젠가 혼자 소주에 고기까지 구워 먹을 각오를 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틀림없이 마주하게 될 슬픔 앞에서, 나는 내 마음의 빈집 한 채를 발견하기에 충분했다. 나는 혼자서도 잘하는 사람이라 다 괜찮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또다시 누군가가 내 곁을 떠나는 꿈은 너무나도 생생하고 충격적이어서, 나는 드디어 내 마음의 빈집에 누군가를 초대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새벽에도 깨울 사람이 필요했다. 내게 큰일이 생겼을 때 마음으로 기댈 사람이 필요했다.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데리러 오거나, 공항에 도착했을 때 마중 나올 사람이 필요했다.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갈 때나,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차 안의 공기가 세상에서 가장 외로웠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나는 혼자 살지 못하는 인간이라는 것을 꿈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장례식장에서 할머니는 활짝 웃으며 내게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꿈속 배경과는 달리 나의 감정은 자꾸 기대되고 기다려져서 조금 신이 나 있었다. 잠에서 깨자마자 나는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에게 문자를 했다. 새벽 3시이지만 곧바로 그에게서 전화가 온다. 그의 생생한 목소리에 눈을 감고 있던 나의 머릿속에는 바쁘게 일하는 지구 반대편 사람들의 활기찬 어느 오후 2시가 떠올랐다. 푸르스름한 새벽에 곧바로 눈 부신 햇살이 쏟아진다. 밝아진 마음을 안고 다시 잠에 들고나니 이번에는 결혼식 꿈이다. 나의 세계가 조금씩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평소에 보지 못한 장면, 새로운 상황, 잊고 지낸 사람들이 자꾸 꿈에 보인다. 나에게 커다란 운명의 행성이 충돌을 각오하고 빛의 속도로 달려오고 있음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