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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면서

프롤로그

by 김규리

당신에게 연애란 무엇입니까?


저에게 연애란, 사랑하는 사람을 내 삶으로 초대하는 일입니다. 나의 세계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허락해 주는 일이에요. 한 사람의 궤적을 더 깊이 이해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을 나누고, 생명과도 같은 시간을 쏟아내는 일입니다.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나 행인을 통해서는 절대 알 수 없는 인간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입니다. 마치 달의 반대편을 보는 것처럼요. 혹은 거울을 보는 행위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상대를 바라보며 오히려 자신을 이해하게 되었으니까요. 전혀 다른 두 세계가 만나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과정에서 진짜 내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도 합니다. 직장에서나 책에서는 얻을 수 없는 종류의 성장이기도 하고요. 연애는 사람이 사람을 만나 이루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아주 복잡하고, 섬세하고, 미묘하고. 다양한 인간 군상에 대한 탐구가 가능한 주제로서, 연애는 세계를 넓혀주는 역할을 합니다. 사람은 자신의 세계를 넓혀 준 사람을 잊지 못한다고 합니다. 잊을 수 없는 일을 기록하기 위해 또다시 부지런히 글을 썼습니다.


부산에 살고 있는 제가 뉴욕에 살고 있는 그를 만나 연애가 무엇인지 깨닫는 과정을 글에 담았습니다. 매일 13시간의 시차를 이겨내며 (서머타임이 끝나면 14시간) 우리는 매일 통화를 했습니다. (많게는 하루에 6시간!) 11,000km나 떨어져있다는 사실이 무색하게 매일 그와 데이트하는 기분으로 맛있는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다 싸우기도 하고, 그러면 더 단단해지기도 하면서 언어를 통해 희로애락을 맛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기쁘고 두렵고 행복하고 부끄럽고 설레고 화나고 그러다 또다시 사랑하고. 첫 연애라고 느껴질 만큼 다양한 맛과 색을 가진 새로운 감정을 발견했습니다. 저를 성숙한 인간으로 한 단계 나아갈 수 있게 늘 도와주는 고맙고 사랑스러운 연인에게 글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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