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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릴리 Jul 20. 2022

유럽여행 후 코로나에 걸렸습니다



유럽을 다녀왔다.

출장이 아닌 여행으로 유럽을 간 건 16년 만이고, 마지막 유럽 출장 이후 989일 만이었다.


유럽여행을 하는 게 밥벌이인 내가, 코로나로 거의 3년의 시간 동안 유럽을 가지 않았으니

그 긴 시간만큼 내 본업의 감을 잃었다는 게 확연히 마이너스 요소였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던 코로나 시국도 올봄에 확진자수가 정점을 찍고서야

이제야 내 일을 다시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보였다.


퇴사도 했겠다, 떠나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어둡고 무서운 긴 터널을 지나온 나에게 주는 선물은 유럽 여행으로 주기로 했다.


퇴직금 한 푼 없는 유럽 노동자 프리랜서이지만

유일하게 나에게 여행사들이 준 퇴직금만큼 값진 것은 바로 항공 마일리지였다.     

홀연히 어디든 떠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는 넉넉한 마일리지가 나에겐

언제나 퇴직금만큼 든든했다.


가고자 마음먹고 티켓을 알아보고 나서부터 루트를 열몇 번은 수정하고서야

대략적인 루트가 나오고 예약을 다 마치기까지 거의 40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완벽주의적인 성격이 있어서 실수하는 것을 유독 싫어하는 편이라

대충 하지 못하고 이번에는 여행임에도 출장 같은 일정처럼 빡빡하게 짰다.


18박 19일, 영국 아일랜드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 5개국 여행

지난 내 여행 역사를 통틀어 이렇게 모든 운이 따랐던 여행은 아마도 처음이라는

확신이 들만큼 여행에 푹 빠져있었다. 물론 현지에서 마스크를 끼고 청결에도 최선을 다 했다.


마지막 귀국 전 안티젠(신속항원검사)에서는 음성이었으나

이 여행이 끝나고 나서 해외 입국자가 귀국 후 3일 이내 받는 PCR에서 나는 코로나 양성 확진을 받았다.


코로나의 긴 터널을 지나면서 한 줄기 희망이 보여 떠났던 여행에서

코로나가 걸리다니. 나는 이 코로나의 늪에서 언제쯤 빠져나올 수 있는 것일까?


나의 밥벌이, 20대 이후 내가 쌓은 모든 커리어는 유럽에 있었는데

이렇게 유럽을 출장이 아닌 여행으로 다녀오기까지 16년이나 걸렸는데

이번 유럽 여행은 참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게 이상한 여행이었다.


이 모든 감정을 브런치에 기록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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