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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릴리 Mar 25. 2022

튤립의 계절

어떤 꽃 좋아하세요?


봄인데 아직 날이 차다. 완연한 봄을 어서 만끽하고 싶은데 자연은 우리에게 아직 조금 더 봄을 맞이할 시간을 주는 것 같다. 봄이라는 계절만큼 설레는 때가 또 있을까.

요즘 주변에서는 봄 꽃놀이에 대한 이야기들을 자주 하는데, 봄 하면 역시 벚꽃에 대한 잔상이나 추억이 많은 것 같다.


나는 봄꽃 중에 튤립을 가장 좋아한다.

형형색색의 튤립을 보고 있으면 마음 한 켠이 행복해진다.

튤립을 워낙 좋아한 나머지 튤립으로 가장 유명한 나라인 네덜란드의 쾨켄호프 튤립 축제, 스위스의 모르쥬 튤립 축제, 호주 캔버라의 튤립 축제, 한국 태안의 튤립 축제도 보러 다녔다.


최근에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자주 가지면서 지난 시간에 왜 그렇게 튤립에 진심이었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이른 봄 아빠가 돌아가시고 우리 가족에게 아무런 기쁨이 없던 때,

외가 친척들은 에버랜드 튤립축제 여행을 함께 가자는 제안을 했다.


그 해 봄날의 에버랜드, 그곳을 빛나게 해 주던 튤립 앞에서

우리 가족은 처음으로 아빠가 없던 봄에 셋이서 단체 사진과 각자의 독사진을 찍었다.

아마도 튤립은 아빠가 돌아가신 후 처음으로 아름답다 느끼며 본 꽃이었던 것 같다.


나는 졸업식 때마다 엄마에게 튤립을 사달라고 했을 정도로 좋아하고,

튤립은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꽃이자 치유의 꽃으로 기억된다.


여행 일을 하면서 손님들과 네덜란드 쾨켄호프 튤립 축제를 갔을 때

유난히 그 축제에는 나이가 지긋하게 든 노인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휠체어를 끌고 노모를 모시고 온 자녀들, 백발의 노부부들까지..

젊은 날 치열하게 사느라 꽃구경을 이제야 즐기는 그 모습들이 눈에 유독 보였다.

그들에게도 튤립은 그 해의 봄을 따뜻하게 기억해주는 꽃이겠지


나라마다 여행을 갈 때 나는 꽃시장을 가는 편인데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나에게 꽃가게 주인들이 묻는다.

어떤 꽃 좋아하세요?

나는 튤립을 좋아해요라고 답한다.


누구에게나 가장 좋아하는 꽃 하나쯤은 있는 인생이면 좋겠다.

그 꽃에 대한 기억도 또렷하다면 얼마나 낭만적인 순간을 보냈을지도 느껴진다.


올봄에는 좋아하는 꽃 하나씩 정도는 서로 선물할 상대가 있기를,

아니면  스스로에게 귀한  선물을  마음의 여유가 다면 더 없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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