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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연 Sep 30. 2024

49만원 짜리 스페인 땡처리 항공권

땡처리 항공권이 아니라 로또 항공권  

지난 7월에 다녀온 유럽 출장은 나의 아흔아홉 번째 출국이었다.


문득, 공항에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다음 출국은 일이 아닌 여행으로 100이란 숫자를 채워야겠다고 생각했다.


2024 파리 올림픽 기간 동안 여행사의 서유럽 상품들은 올림픽 특수로 치솟은 파리 호텔비와 물가로 여름 기간 내내 비수기를 보내고 있었다.


여행업에 몸 담은 이후로 코로나를 제외하고 여름을 한가하게 보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게, 어쩌다 여름방학이 생겼는데

올여름은 역사상 가장 무더웠던 여름이었고,

더위에 지쳐 무기력한 나날을 보냈다.


더위가 꺾일 때쯤에 어디론가 떠나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항공권을 찾았다.

마침 땡처리로 출발이 고작 3일 남은 스페인 바르셀로나 특가 항공권 티켓이 49만원에 떴다.

항공권 가격만 확인했을 뿐인데 갑자기 마음은 바르셀로나에 가있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안 가면 손해인 것 같은 가격임이 틀림없다.'

내 생각도 그랬지만, 주변 친구들도 모두 이 여행을 부추겼다.


잠시 일주일 동안 스페인의 공기나 마시고 오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항공권 티켓을 사버렸고, 나의 백 번째 출국은 그렇게 스페인이 되었다.


예전에 좋아했던 영화인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에서주인공 줄리아 로버츠가 항공권을 로또(복권)이라고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먹고 = 이탈리아, 기도 = 인도, 사랑 = 발리 를 뜻한다.

And I've got three tickets !


이 세 여행지로 떠나는 항공권을 복권이라 말한다.


영화의 장면을 떠올리며 나도 혼자 생각을 해본다.

'이 스페인 항공권이 어쩌면 내 인생의 복권 같기를'


그렇게 로또 같은(되길 바라는) 땡처리 항공권을 사고서 이 여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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