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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릴리 Sep 26. 2024

1과 100

백 번째 출국을 앞두고

나는 늘 관심 밖인 적성이라 여기며 수학에 관심도 없고 산수에도 약했다.

지극히 문과생에 관점에서 살고 있지만 숫자가 주는 위엄 같은 것이 있다고 혼자 믿는다.


1과 100은 함께 공존하기 어려운 숫자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서양에서도 동양에서도 9는 인간이 만든 가장 큰 수이자, 신이나 임금에게 다가가기 가까운 수로 여긴다.

예로부터 신에게 기도하던 장소는 99개 혹은 999개의 계단을 만들었다.

조선시대 때 제 아무리 부잣집도 99개의 방을 지었고, 중국의 자금성 안에는 일명 9999개 방이었다는 설이 있다.  


1과 9 사이의 숫자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있다.

1세가 100세의 삶에 대해 유추하거나 예측조차 어려운 것처럼

나에게는 첫 번째 출국이었던 그 여행이 내 삶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라고는 당연히 생각해 본 적 조차 없다.


태어나 처음으로 출국을 위해 만들었던 여권을 가지고

2006년 6월 21일 유럽여행을 떠난 것이 나의 첫 해외여행이다.


그리고 드디어 5번째 여권으로 백 번째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100이라는 숫자가 주는 안도감이 느껴졌다.


여행을 취미이자 직업으로 삼고 살았으니 출국을 백번 정도는 해봤다는 건

어쩌면 나를 대변하던 나의 지난날의 일기장을 100페이지까지 써봤다는 증명이기도 했다.


그래서 백 번째 출국은 어디로 정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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