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로나에 가는 날이다.
느닷없이 떠나온 이번 여행에서 우연히 아미고(스페인어로 친구)들이 생겼다.
같은 비행기에다 숙소까지 같은 신기한 인연 덕분에 여행이 즐겁다.
세명의 친구들이 나를 믿고 근교 여행을 따라오기로 했는데
여행 와서 또 인솔을 할 계획은 없었는데 갑자기 직업병이 도져서
혼자 빠른 걸음으로 걷고, 길을 자꾸 묻고 다니는 나를 발견한다.
바르셀로나 산츠역에서 출발해 지로나까지는 기차로 40분 정도 걸린다.
지로나 역에 내려 구시가로 향한다.
지로나 구시가는 중세시대의 모습을 간직한 모습 덕분에
바르셀로나 근교 여행으로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유명한 관광지를 굳이 가지 않아도 된다는 모두의 의견 덕분에
우리는 천천히 지로나 구시가를 걷고,
그날의 풍경 속에 우리의 모습도 사진으로 많이 담았다.
구글맵에 나오는 무작정 고른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고
지나가다 보이는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별 특별하지 않은 우리만의 방식으로 지로나를 누볐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누군가를 만날 일은 극히 드물어서
주어진 상황에서만 살아간다면 변화 없는 일상 밖에 없으니
이렇게 여행 다니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영감을 받는 일이
너무나 즐겁게 느껴진다.
교집합이 하나도 없는 여행 친구들과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대화들을 주고받으며 보내는
스페인에서 보내는 이 시간이 꿈만 같다.
오늘 지로나에서 보낸 시간처럼
주어진 하루의 기쁨을 감사하며
때론 힘 빼고, '대충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