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모닝콜을 여러 개 맞춰놓고 눈을 떴다.
토사데마르에서 하루를 머물렀던 이유는 일출을 보고 싶어서였다.
오래전부터 나만의 여행 방식이 하나 있는데
새로운 도시에서 꼭 일출을 보는 것이다.
여행 중 낯선 도시의 일출은 매번 특별한 영감을 얻는다.
아직은 어둑한 시간, 토사데마르성으로 향하는데
흐린 날이라 해를 볼 수 있을지 가늠을 할 수가 없다.
일기예보에 나오는 예정시간 보다 조금 늦게
구름 사이로 이윽고 해가 솟아나고 있다.
토사데마르 성곽에서 보는 일출은 정말 장관이다.
나는 이 순간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내느라 분주한데
주위를 한 번 쓱 둘러보니 매일 뜨는 지중해의 일출이 일상인 듯이
누군가는 책을 읽고 낚시를 하고 조깅을 한다.
해가 다 뜨고 나니 해안가 작은 마을에 생기가 돈다.
청소부 아저씨는 해수욕장의 쓰레기를 담고, 카페들은 아침장사를 준비한다.
스페인 아저씨가 나에게 아침 인사를 건넨다.
Buenos días?
나도 웃으며 대답한다.
Buenos días!!
낯선 이에게도 웃으며 다정하게 인사해 주는 아저씨 덕분에 하루의 시작이 좋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더니 피곤한데 마음은 오히려 충만해졌다.
조식을 먹고 나서 어제 가보지 않은 마을의 골목들과
바닷가를 한 번 더 걷고 나서 다시 터미널로 가는 길
토사데마르를 떠나는 게 자꾸만 아쉬워서 뒤를 돌아보게 된다.
언젠간 오늘 아침 느낀 이 감정들이 모두 휘발되더라도
멋진 순간들을 마주했던 사실은 변치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