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스페인 출장 때 우연히 연락이 궁금했던 후배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
우리는 대학시절 한 학번 차이로 학교를 다닐 때는 인사만 하고 지내던 사이였다.
나는 두 번의 퇴사를 하고 유럽 전문 인솔자가 되어 한참 로마를 자주 갈 때였는데
신기하게 바티칸 박물관 앞에서 가이드를 하고 있는 후배를 만나게 되었다.
대학시절에 서로 번호도 없던 우리가 처음으로 번호를 교환하고
서로의 일이 끝난 후에 밥을 먹기로 했다.
로마 관광객들이 가는 맛집이 아닌
후배가 일 마치면 종종 가는 식당에서 다시 만났다.
그동안 친분이 없던 우리가 오늘부터 친구이자 동료가 되는 날이었다.
후배가 대학교 1학년이던 시절,
나는 교수님의 제안으로 선후배들 앞에서 두 달간의 유럽여행 발표를 했다.
독일 월드컵 현지 관람, 유럽 10개국 여행, 독일 자원봉사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당시에는 나처럼 세계여행을 하는 학생이 거의 없을 때였다.
그날 내 발표를 듣고 후배인 그는
언젠가 유럽을 누비며 살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
그 날의 우연이 아니었다면 아마 평생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모른 채 살았겠지
그렇게 후배와는 내가 로마에 갈 때면 밥을 먹고 종종 연락을 하며 지냈는데
갑자기 우리에게 코로나가 찾아왔다.
같은 여행업계 종사자들 모두가 그렇듯이
누구의 안부를 묻는 것조차 미안하고 안쓰럽던 날들이었다.
어디가 끝인지도 모를 아주 긴 캄캄한 터널을 지나고 있었다.
희망이 보이지 않았고 마음이 자주 애석했다.
3년이 흘러 코로나는 끝이 났다.
나는 본업에 복귀해 로마에 갈 때마다 후배가 생각이 났는데
안부가 너무도 궁금했지만 아무도 그의 소식을 알지 못했다.
그러다 우연히 스페인에서 새롭게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연락처가 없어 다시 만날 방법은 후배가 일하는 회사의 투어를 신청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그렇게 가우디 투어 미팅 장소에서 우리는 다시 만났다.
수십 명의 손님 중 한 명이 되어 후배의 투어를 듣는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한결 단단해진 오늘의 우리가 되어 만나기까지
어떤 세월을 지내왔는지 말하지 않아도 느껴졌다.
투어가 끝나고 로마에서처럼 밥을 먹었고
서로의 지나온 시간에 대해, 현재의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이후 몇 개월이 또 흐르고
이번에 다시 내가 바르셀로나에 간다고 후배에게 연락을 했는데
언제든지 오면 연락하라고, 편하게 밥 먹자고 하는 말이 참 따뜻했다.
때로는 얼굴 한 번 보자, 밥 한번 먹자는 가벼운 인사인
그 말 한마디가 타국에서는 얼마나 더 큰 힘이 되는지 모른다.
바르셀로나에서 밥 사준다고 하는 가까운 사람도 있으니
이제 스페인을 더 자주 가게 될 것 같다.
자주 힘들었던 로마에서도, 바르셀로나에서도
네가 있어서 힘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