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패션 말고 여행지에서 읽을 책
나의 아주 오래된 여행 방식 중 하나는
여행 짐을 꾸릴 때 꼭 읽을 책을 넣어간다는 것이다.
가이드북 없이 구글맵 하나로도 전 세계 여행이 가능하지만 읽을 책 없이 여행을 갈 용기는 아직 내겐 없다.
여행지가 정해지고 나면
그 여행지에서 읽을 책을 곰곰이 생각해보기도 하고
교보문고에 들러 마음에 드는 책을 찾는 데 시간을 쏟는다.
여행지에서 내 사진을 찍을 때 배경에 맞는 패션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열심히 고른 책과 여행지의 배경을 함께 찍는 게 습관이 되어 책을 예쁘게 찍으려 몇 번이고 셔터를 누른다.
처음으로 긴 여정으로 한국을 떠났던 호주 워킹홀리데이 때는 무소유와 러브 앤 프리, 그리고 호주 가이드북을 가져갔다.
일 년 내내 읽을 책이 고작 세 권뿐이라
달달 외울 정도로 수없이 읽어댔고 아직도 몇몇 문장들은 외울 정도였다.
나는 여행지에서 책과 마주하며 보내는 시간이
오롯한 행복이라 느낀다.
가장 최근 여행인 방콕을 갈 때는 <아무튼, 여름>이라는 책을 가져가서
초록초록한 풍경에서 코코넛을 마시며 읽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여행 때는 일주일 내내 <허송세월>을 읽으며 자주 술을 마셔댔다.
발리 여행 때는 <바다는 잘 있습니다>를 읽으며 인도양 바다를 원 없이 봤다.
시드니 여행 때는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을 읽으며 12월의 여름을 보냈다.
설날이 지나 진짜 내 나이 (한국나이) 마흔이 되고서야 비행기에서 읽은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발리 우붓 여행 때 19년 전 내 인생을 바꾼 책의 한 구절을 다시 읽으려 들고 간 <러브 앤 프리>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지에서 읽는 책은 언제나 새로운영감과 감동을 준다.
설렘이 동반한 상황에서만 전달되는 책의 문장들은 늘 더 큰 힘이 되는 법!
나는 앞으로도 여행짐을 꾸릴 때
나와 이번 여행을 함께할 책부터 고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