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에서 탈출하기
내비게이션은 운전 초보인 저를 주차장으로 안내하지 않고 장례식장 뒷골목으로 데려가서 안내 종료를 알리고 꺼졌습니다.
운전을 하며 그렇게 좁은 길은 처음이었습니다. 그 좁은 길에서 양쪽에 주차되어 있는 차들 사이로 겨우 사이드미러를 피해 통과해야 했습니다. 중간에 다른 골목이 나올 때마다 옆으로 빠지고 싶어도 '진입 금지'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게다가 계속해서 뒤에 차가 따라오고 있으니 비킬 수도 없이 앞으로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모는 언니의 죽음을 알리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전날 부검을 마쳤고, 결과는 한 달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의심스러운 죽음을 두고 현장에서 찾은 증거는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자살로 결론이 나게 될 것 같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려서 외할머니 손에 자라야 했던 언니는 늘 약자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다 가장 먼저 결혼을 했고, 안정을 찾은 것 같았습니다. 정이 많았던 언니가 결혼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주변에 보여주었던 성숙함은 남달랐습니다.
그러다 몇 년 전에 이혼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두 아이도 포기하고 혼자 새 출발을 했다면서, 잘 지내고 있다고. 언니가 행복하면 된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려서 사촌 언니들의 짓궂은 장난에도 늘 웃어넘기던 언니는 강하게 잘 버틸 거라고 믿었습니다.
장례식장에서야 알 수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것을... 어려서 받은 상처들로 힘들어하고 있었다는 걸. 어른이 되어서도 아물지 않았던 그 상처들 속에 힘겨워했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습니다.
언니의 휴대폰에는 그 불편한 대화가 담긴 통화 내용이 녹음되어 있었고, 언니가 죽은 뒤에야 이모와 조카들이 그걸 들었다고 합니다. 조카들은 언니를 힘들게 한 어른들이 장례식장에 오는 걸 거부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빈소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언니를 꼭 닮은 조카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울컥 눈물이 맺혔습니다. 조카들은 친할머니와 살고 있습니다. 언니와 이혼한 후에 전 형부는 병을 얻어서 몇 년째 입원 중이고, 이혼을 하게 된 배경에는 시댁에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가 있었다고. 큰아들, 사위에 이어 이제는 며느리까지 자살한...
돌아오던 밤에는 또 어찌나 비가 거세게 내리던지, 그런 빗길 운전도 처음이었습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데도 비 때문에 장례식장 뒷골목처럼 좁게 느껴졌습니다.
내가 죽지 않은 이유는
살자고 말하고 싶은 이유
때로는
죽고 싶은 마음보다 더 비참해
못 견디게 무거운 날이면
하루만 더 참아 보자고
그때마다 좌절했던 그 아이가
그렇게도 살기 싫으면 집에서 말고
제주도 거기 어딘가에서 죽자고
늘 죽고 싶어 하는 아이와
살고 싶어 하는 자웅동체
그 사이에 난 좁은 길
좁은 길에서 개를 만났던 사건으로 전환점이 생겼습니다. 하루만 더 살자고 할 때, 그 하루가 끝이 되는 사람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누군가에게 살자고 말해주는 작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혼자 살아남은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언니를 꼭 닮은 조카 앞에서 차마 눈물을 흘릴 수도 없었습니다. 눈물에도 자격이 필요합니다.
그대가 불행에 머물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