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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혁 Sep 09. 2024

미루기의 기술

나를 살리는 마음 사용법 1 

기약없는 미루기는 좋지 않다. 다음에도 또 미룰 것을 약속하고 지금 이 순간 미루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그 때 또 미루면 '너 혼날거야!!'하고 다짐하기 때문에. '미루지 않겠다'하고 미루고 나서 그 다음에 미루지 않겠다고 하는건 거짓말이 될 수밖에 없다. 왜냐면 일단 그 선언으로 인해 지금의 미루는 나 자신에게 철퇴를 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당연히 철퇴를 맞은 미룬 나 자신은 다음에도 '이 쒸발 너 나 철퇴 때렸지. 두고봐라'하면서 또 미루기를 작정한다. 


따라서 기약없는 미루기보다는. 약속하는 미루기를 하는게 좋다. 지금 방 청소를 안한지 꽤 됐다. 집에서 생활하는 루틴이 조금 이번주부터 바뀌어서 그런데. 오늘 쯤 되니까 '아 이제 정리좀 해야겠는데?'라는 생각이 든다. 당장 정리하는 것도 꽤 좋은 방법이겠지만. 좀있다 한시에 일정 있기 전까지 시간을 좀 더 여유롭게 쓰고 싶으므로. 나에게 약속을 한다. 약속을 할만한 껀덕지를 찾는다. 친구가 토요일 오후에 광천에 놀러온다고 했다. 그럼 친구가 오기 전에 후다닥 치우면 되겠다. 그렇게 약속하고 미루면. 미루는 나 자신에게 철퇴를 때린게 아니라, '그 때 친구 오면 미루지 않는거야. 알겠지? 그래 그럼 오늘은 미뤄도 괜찮으니 너 마음대로 해' 라고 말해주는 것과 같다. 


사람마음이란게 참 간사한게. 그렇게 미뤘다고 철퇴를 때리지 않고 믿어주면서 타일르게 되면. 미루는 나 자신은 속으로 감동을 먹는다. '뭐..? 이렇게 내가 미뤘는데 혼내지 않는다고..?? 우이씨... 감동이잖아...  그럼 나도 잘할게...'라는 마음을 먹는다. 그래서 약속 그 이상으로 자기 스스로 마음을 먹고 당장 그 미룬 일을 해치울 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글을 끝내고 바로 청소하러 갈 생각. 


교묘한 나 새끼... 미루지 않게하려는 술수를 썼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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