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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안 Mar 16. 2021

이게 정말 뭘까?

요시타케 신스케

12가지 단어들에 대한 ‘뭘까?’를 담고 있다. 만화책처럼 한 페이지에 여러 개의 칸의 나누어 대화와 시간의 흐름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뭘까 ‘의 세 단어는 ’ 학교‘, ’ 즐겁다 ‘, ’ 거짓말‘이다. 이것이 무언지 가방으로 메고 가는 아이가 궁금해 지기 위해 동네 아주머니가 아이게 말을 건다. ’ 학교는 어때?‘, ’ 즐거워?‘라고 물어본다. 그런데 아이가 이렇게 말한다. ’으음, 그냥 그런데.. 교실에서 같이 판다를 키워요.' 깜짝 놀라는 아줌마에게 아이는 ‘거짓말이에요.’하고 헤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는 세 단어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한 것들을 교실 안에서 친구들과 인사하며, 수업을 들으며 머릿속에 생각 한 것들을 한 장씩 풀어놓는다.


그림책인 '이게 정말 뭘까?'를 보고 있으면 요시타케 신스케의 다른 책들이 떠오른다. 한 주제를 깊이 있게 골몰하고 그림과 글로 풀어가고 있는 작가의 뒷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그의 에세이 ‘나도 모르게 생각한 생각들’에서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메모하는 작가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이게 정말 뭘까?'는 12가지의 단어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하나씩 풀어놓는 이야기다. 각 단어들에 대한 그의 생각은 재미있다가, 귀엽다가, 감탄하게 되는 내용의 연속이다.


학교란 ‘싸우다가 화해하는 곳’에서는 공감하고, ‘선생님이 누굴 닮았나 생각하는 곳’에서는 나도 저런 생각하면서 교실에 앉아 있었으면 더 시간이 잘 갔을 텐데라고 생각하게 된다. ‘학교는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일을 하는 곳?’, ‘지금까지 생각해 보지 않는 것을 생각하는 곳?’에서는 학교에 관한 새로운 생각들이 막 떠오르게 하는 문장이다.


그렇게 12개의 단어가 나오는 중, 가장 오래오래 내가 머물렀던 단어는 ‘자립이었다. 이 단어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자립’이라는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되새겨보고, '나는 온전히 ‘자립’하고 있는가.' 생각하게 되는 글이었다. 작가가 말하는  '자립이라는 것'은 그냥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었다.


자립이란 자기 스스로 돈을 버는 것?

번 돈을 어디에 쓸지 자기가 결정하는 것?

자기가 정한 일의 결과를 자기가 책임지는 것?

자기가 해야 할 일과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도 되는 일을 구별할 수 있는 것?

‘무슨 일이 생겨도 어떻게든 해볼게. 잘 될 거야 ‘라고 할 수 있는 것?

같은 우리가 어른이 되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어떤 것들이 적혀 있었다.


별 볼일 없다고 괴로워했던 자신을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

하지 못하는 마음, 그래도 하고 싶은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것?

이런 일들이 ‘자립’이라면 ‘정말 멋지다’라고 생각되었다.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아는 것?

자기에게 행복이 무엇인지. 행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점점 알게 되는 것?

자기의 의견이 생기는 것?

나에게 좀 부족한 부분이었지만 조금씩 만들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자립’이었다.


자기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것?

그렇지만 ‘사실은 자기 혼자 힘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

가장 마음에 울림을 준 구절은 바로 마지막 칸에 있었다. 이 구절을 눈에 담았다. 자립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마지막 이야기를 깨닫는 일이 진정한 자립의 시작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마지막 페이지에 그의 생각들을 풀어놓은 12개의 단어 외에 수많은 단어들을 공원 가득 펼쳐 놓았다. 12개의 ‘뭘까?’를 떠올렸던 사람들과 그 사람들을 스쳐 지나갔던 사람들이 모두 골목 한 편의 공원에 모여 있었다. 그런 마무리가 평범한 듯하면서도 작은 마을공원에 가득 찬 정다움이 따뜻하다.


그렇게 다시 책의 시작으로 가본다. 시작은 더 따스하다.

책의 내용은 뒤로 갈수록 ‘자립’, ‘용서’, ‘정의’ 같은 어려운 단어의 ‘뭘까?’의 내용들이 나오는데 거기에 대한 예고가 간지에 구석에 있었다. 아이가 책을 펼치고 미간을 찌푸린 채로 말한다.

‘이 책 중간부터 어려운 말이 많이 나와서 잘 모르겠어요.

그러면 어른 아저씨가 주먹을 불끈 쥐고 다리를 구부리고 눈을 부라리며 아이와 눈을 맞추고,

힘내라는 느낌을 말한다.

‘몰라도 괜찮아! 어른도 모를 때가 아~~ 주 많으니까!

처음 책을 넘기며 그 장면을 보았을 때는 주먹을 꼭 말아 쥐고 있는 어른의 모습을 보며 아이에게 저런 어른이 되어 주어 야기 생각했었다. 책을 다 읽고 다시 첫 장을 펼치니,  모르는 게  많은 어른 중에 한 명으로서 공감의 위로가 되었다. 아이에게  주먹 불끈 쥐고 아이와 눈을 맞추며 최선을 다해 진솔하게 말해주는 어른의 모습을 아이가 본다면 저절로 마음이 따뜻해질 거다. 그래서 나도 꿈꿔본다. 그런 어른의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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