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글쓰기, 여행, 인간관계. 모두 내게 중요한 행복의 원천이다.
하지만 내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다는 것 역시 이에 못지않은 과분한 행운이다. 감사할 따름이다. p. 65
뭐, 나는 이런 내가 좋다. p80 개인주의자 선언(문유석;문학동네)
최근에 최고의 선의를 발표한 문유석 작가가 판사시절에 쓴 에세이 '개인주의자 선언'의 한 구절로 시작한다. 개인주의자 선언은 그자체로 긍정적이고 따뜻한 작가의 시선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그의 가치관은 자신감과 긍정적인 기운으로 넘친다. 거기에 앞으로 법조계로 진로를 정한 학생에게도 유용하다. 판사시절 겪었던 일화들이 소소하게 그의 일상과 겹쳐져서 흐른다. 65쪽에서 작가는 책, 글쓰기, 여행, 인간관계가 내 행복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원천을 통해 타인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주고 있는 나를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이번시간은 고백데이이다. 나를 이루고 있는 원천은 무엇인지 생각하고 써 보는 시간이다.
세 명의 작가가 있다. 한 명은 40대의 그림책 작가이고, 한 명은 20대의 시인이다. 다른 한 명은 30대의 음악가이다. 세 명은 태어난 곳도 모두 다르다. 그림책 작가는 일본인이고, 시인은 캐나다인이고, 음악가는 한국인이다. 이번에는 각자 시간, 다른 장소, 다른 성별을 가졌지만 비슷한 주제를 고민하고 다르게 쓰인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이다. 세 작가는 ‘나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라는 보편적인 고민에 관한 그림책, 시, 노래를 만들었다.
그림을 보고 나의 생각을 기록하고, 그림책을 보고 타인의 삶을 생하는 시간을 거쳐, 나는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다. 사람은 삶을 살아가며 한 번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빠지게 된다.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담은 이야기들이 많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공원의 다양한 사람들은 각자 무언가로 이루어져 있었을 것이고, 교실에 앉아 있는 학생들도 각자의 그림이 노래가 다르듯 다른 무엇이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다.
이 수업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나를 고민하며 작가들이 만든 작품을 감상한다. 먼저 읽을 그림책은 40대 일본인 작가 요시타니 신스케의 ‘만약의 세계’이다. 이 책은 내가 하지 못해서 아쉬워만 하던 ‘만약... 했더라면’도 모두 나의 것이라고 말한다. 독자가 만약의 세계와 매일의 세계가 균형을 이루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만들어졌다. 두 세계는 모두 나의 것이며 소중하게, 커다랗게, 즐겁게 만들어 가라고 말한다.
두 번째 읽을 시는 20대의 캐나다 시인 ‘에린 핸슨’의 ‘아닌 것’이다. 이 시는 류시화 시인이 엮은 ‘마음 챙김의 시’라는 책에 수록되어 있다. 시는 겉으로 드러난 것들은 당신이 아니며, 당신이 만들어온 것들이 당신이라고 말한다. 내가 아닌 이야기와 나인 이야기를 색을 분리하여 표시하고 이렇게나 나를 나로 부를 수 있는 부분이 있음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배우 공유가 낭송한 '아닌 것'을 들어본다.
이제 노래를 듣는다. 잔나비의 ‘한걸음’이라는 노래를 듣는다. ‘한걸음‘은 내가 걸어온 한걸음 앞으로 걸어갈 한 걸음을 노래한다. 그림책, 시, 음악은 다른 나라, 다른 나이, 다른 성별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었다. 그러나 세 명의 사람들이 말하고 있는 주제는 나는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는가이다. 그들은 그 질문에 대해 각자 다른 대답을 내어 놓는다. 여러 나라 연령에서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작가들이 이런 고민을 한다는 말도 되지만 대중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의미임을 인식하도록 한다. 그리고 작가들의 이야기를 감상하며 나의 생각을 정리해 보도록 안내한다.
우리는 수많은 선택에서 고민하여 그 선택의 어느 지점에서 시작하여 여기까지 왔어요.
만약의 세계 그림책의 작가는 만약의 세계마저도 바로 나 자신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선택하지 않은 것 마저도 모두,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것이에요.
어떤 것을 선택했다, 선택하지 않았다는 중요하고 나의 삶이지만 연연해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어요.
그저 소중하게, 커다랗게, 즐겁게 한 걸음씩 ‘나의 삶’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어요.
이제 나는 오은 시인의 시를 읽어준다. 창비에서는 청소년 시선이 시리즈로 나오고 있는데 오은 시인의 '마음의 일'에는 '나는 오늘'이라는 시가 있다. 이 시집은 1번에도 '나는 오늘' 마지막에도 '나는 오늘'이라는 제목을 가진 시가 있다. 이 수업에서는 첫번째 '나는 오늘'을 인용했다.
나는 오늘
오은
나는 오늘 토마토
앞으로 걸어도 나
뒤로 걸어도 나
꽉 차 있었다.
나는 오늘 나무
햇빛이 내 위로 쏟아졌다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위로 옆으로 사방으로 자라나 있었다.
나는 오늘 유리
금이 간 채로 울었다.
거짓말처럼 눈물이 고였다.
진짜 같은 얼룩이 생겼다.
나는 오늘 구름
시시각각 표정을 바꿀 수 있었다.
내 기분이 취해 떠다닐 수 있었다.
나는 오늘 종이
무엇을 써야 할지 종잡을 수 없었다.
텅 빈 상태로 가만히 있었다
사각사각
나를 쓰다듬어 줄 사람이 절실했다.
나는 오늘 일요일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나는 오늘 그림자
내가 나를 끈질기게 따라다녔다
잘못한 일들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나는 오늘 공기
네 옆을 맴돌고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너를 살아 있게 해 주고 싶었다.
나는 오늘 토마토
네 앞에서 온몸이 그만 물들고 말았다
시집의 제일 마지막에 등장하는 '나는 오늘'의 시는 지금의 오락가락하는 내 기분을 나타낸다. 반면 첫번째 '나는 오늘'은 나는 지금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이 시를 예시로 보여주고. 형식을 한 연만 따라 써 보는 것으로 나를 표현하는 시간을 가지며 이 시간을 마무리 했다.
나는 오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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