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시, 음악 읽기

시와 음악을 통해 '나'의 길 읽기

by 릴리안

"밥 딜런의 외할머니가 어린 밥 딜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행복은 뭔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 p. 140 <밥 딜런 자서전 '바람만이 아는 대답' 인용>


최근 무서운 기세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불편한 편의점의 한 구절을 인용하였다.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진솔하고 따뜻하게 그려내었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사람이 읽었을 것이다. 여기에도 여러 명의 길을 가는 사람이 등장한다. 이 책에는 가수 밥 딜런의 자서전에 나와 있는 내용의 일부분을 인용한다. '행복을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말했다고 한다. 우리는 살아있는 동안은 계속 길을 가야 한다. 스스로 멈춰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우리는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러니 행복이 멀리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 이 길이 행복이라고 생각하라는 말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로 수업을 시작한다.


나의 길을 찾는 일은 평생에 걸쳐 이루어어지는 것이니 천천히 깊이 나의 길을 마음에서 찾아보기 위해서 '인생의 길'을 주제로 밥 딜런처럼 이미 여러 사람들이 고민하고 이야기로 담은 바가 있으니 그에 관한 시와 음악을 듣고 나는 지금 어느 길에 서 있는지 작성해 보도록 한다.


방금 소개했던 '불편한 편의점'은 소설이다. 소설은 어쨌든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기승전결로 나뉜다. 하지만 시와 음악은 조금 다르다. 물론 기승전결이 있는 것도 있지만 시, 음악, 그림, 사진 같은 작품은 그 순간을 포착한다. 우리는 작가가 포착한 순간의 마음을 함께 읽으며 공감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 마음에 실제 존재했지만 나오지 않았던 어떤 감정과 경험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깨달은 감정과 경험은 다시 우리의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러한 공통점을 잘 생각하면서 시와 음악을 들으며 우리 마음속 지금의 감정과 경험을 일깨워보자. 단... 이 감정은 지금의 것이라는 것도 잊지 말자. 바로 다음 시간에 들어도 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


Robert Lee Frost의 시 중 The Road Not Taken 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시는 미국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에서도 인용되었고, 우리나라 드라마인 '프로듀사'에서도 인용되었다. The Road Not Taken의 시는 우리나라의 유명한 영문학자 두 명이 번역한 두 개의 시가 있다. 같은 시인데 왜 두 개냐고 하면 일단 두 시는 제목부터가 다르기 때문이다. 장영희 교수는 이 시의 제목을 '가지 못한 길'로 번역했다. 반면 '피천득'시인은 '가지 않은 길'로 번역하고 있다. 가지 않은 길과 가지 못한 길은 다르다. 가지 않은 길은 능동적으로 선택하지 않은 길에 가깝지만, 가지 못한 길은 수동적인 표현이고 어쩔 수 없이 다른 길을 선택한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두 작가의 삶을 돌아보면 왜 이렇게 제목이 달라졌는지 짐작할 수 있다.


장영희, 피천득 두 분은 언뜻 보면 성별 외에는 비슷한 길을 걸어간 것처럼 보인다. 영문학자였고, 글을 썼고, 교수가 직업이었다. 그러나, 장영희 교수의 삶은 가지 못한 길이 많았으리라 짐작된다. 1950년대에 태어난 소아마비를 앓은 여성이었던 장영희 교수는 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었던 것 같지만 대학에서 입학을 거부했다. 당시 선교사가 설립한 서강대학교에서만 입학을 허락하여 서강대학교를 입학할 수 있었다. 그리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돌아온 장영희는 다시 서강대학교의 교수직을 맡게 된다. 어쩌면 장영희 교수는 다른 길을 가고 싶었을 수도 있고, 영문학자의 길을 충분히 만족하였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번역한 '가지 못한 길

'을 읽고 있으면 어쩌면 그녀는 성별과 장애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음을 아쉬워하고 있지 않은가 추측하게 한다.


피천득 작가는 1910년에 태어나 중국의 명문 대학교 학사를 지내고 서울대학교 영문학과 교수였다. 우리나라의 어려운 시기를 관통한 그의 인생도 탄탄대로는 아니었겠지만, 약력이나 그의 수필집을 보면 다정하고 따뜻한 삶을 살지 않았을까 추측하게 된다. 이렇게 추측하게 되는 이유는 '가지 않은 길'로 번역된 시의 제목 때문기도 하다. 그가 번역한 '가지 않은 길'은 무척 당당하다. 나는 많은 길을 갈 수 있었지만 그 많은 길 중에 이 길을 선택했음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영어로는 같은 문장일 텐데 두 명의 영문학자가 번역한 시는 약간의 조사와 한국어 단어의 선택으로 분위기 달라졌다. 둘 중에 어떤 시가 더 마음에 닿았는지 왜 나에게 그 시가 더 와닿았는지 생각해 봐도 좋을 것이다. 지금처럼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같은 책, 같은 노래를 들어도 모드 다른 길을 보게 된다. 또 같은 나라도 시간과 공간과 사람이 달라지면 다른 길을 보게 된다.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려진 번역은 피천득 님의 시이다. 그래서 먼저 장영희 님이 번역한 시를 내가 읽어주고, 피천득 님이 번역한 시는 드라마 프로듀사에서 김수현배우가 낭독하는 부분을 들어본다.


이제 'MY WAY'를 박정현 가수가 부른 부분을 들려준다. '가지 못한 길'은 양 갈래 길에서 서 있다가 하나의 길을 선택하고 다시 양갈래 길을 돌아보는 사람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다음으로 들어보는 '나의 길'이라는 노래는 제목답게 길을 다 걸어간 자신이 걸어온 길에 관한 당당함을 표현한다. 힘들고 지칠 때도 있었지만 나는 언제나 당당히 나의 길을 갔다고 표현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듣는 노래는 '비긴 어게인'에서 불려진 God의 '길'이다. 이 노래가 불려진 비긴 어게인의 영상은 특별하다. 유튜브에 14분짜리 영상으로 올려져 있다. 외국인으로서 한국에 와서 가수 활동을 하는 '헨리'는 18살에 한국에 처음 와서 이 노래를 들었다고 말한다. 이 길이 맞는지 제대로 가고 있는지 고민할 때 이 노래가 마음의 위안을 주었다고 말하며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그리고 같이 있는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는데, 노래가 끝날 때까지 가만히 있던 가수 크러시가 노래가 끝나고 말을 하다가 눈물을 터트리며 진정시키기 위해 자리를 빠져나간다.


그리고 같이 했던 가수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크러시는 순간 그 자리에서 앞만 보고 달린 자신이 어떤 길에 서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각자가 생각하는 '길'의 의미는 무엇인지 같은 이야기를 들여다본다. 여기에서 각자의 성향과 위치, 나이에 따라 다른 생각을 들려준다. 헨리는 그냥 주어진 길을 열심히 달리고 있다고 말한다. 적재는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마음을 이미 느꼈던 사람이다. 크러시는 지금 이 노래를 부르는 순간 터졌다. 이수현은 눈물을 흘리고 인터뷰를 하는 주변 사람을 보며 순간 고민이 시작된 것 같다. 하림은 그날 비긴어게인의 최고 연장자로서 그날의 상황과 후배 가수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인터뷰를 한다. 이 14분짜리 영상은 우리가 예술을 음미하고 받아들이는 방법을 보여줄뿐더러, 같은 상황에서도 기억하는 것 느낀 지점이 완전히 다르다는 걸 아주 잘 보여주는 영상이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내가 느낀 상황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노래와 가수들의 인터뷰를 잘 들어 보라고만 말한다.


-오늘 들었던 시와 음악 중에 지금 기억에 남은 것은?

-왜 자꾸 생각나는 걸까?


14분가량 보여준 God의 영상이 10대 학생들에게 어울릴 법해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기록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물론 ‘길’을 선택한 학생들이 많았다. 지금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모르겠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교사로서 학생들을 봤을 때 그려지는 대답을 많은 학생들이 적었다. 그렇지만 ‘가지 않은 길’ 시의 내용이 좋아서라고 쓴 학생들도 있었다. 또, My way를 선택한 학생들은 먼 미래에 노래의 화자처럼 인생을 잘 살았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장 재미있는 점은 노래를 좋아하는 학생들의 대답이다. 이 친구들은 내가 가사를 잘 보라고 안내해도 가사에 집중하지 않는다. 바이올린 선율, 가수의 음색, 리듬에 관한 감상평을 작성한다.

XL (1).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8. 나는 무엇으로 이루어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