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그림책 읽기

각각의 삶 생각하기

by 릴리안

앞 시간의 그림읽기에서 반 학생들이 선택한 음악을 모두 검색해서 나의 음악 보관함에 반별로 보관한다. 그리고 수업시간에 들어가면 지난 시간에 친구들이 선택한 음악의 목록을 보여주며 선택한 그림도 음악도 모두 다르다고 말한다. 순서대로 몇개의 활동지에서 그림의 번호를 확인하여 학생이 선택한 그림을 먼저 보여주고, 이 그림에 어떤 배경음악을 골랐는지 들려준다. 그림을 화면에 띄우고. 이렇게 4~5곡 정도 짧게 음악을 들려준 후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리스크에 대해, 방문기간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 채혈량에 대해, 제외 기준에 대해 설명했다.

참가자 몇십명이 오면 병원은 꼭 야전병원 같았다. 한나는 왜 특정약을 특정방식으로 실험해야 하는지 아는 바가 없었지만 지시사항을 꼼꼼하게 챙겼다. <임상시험 책임자 한나>

요즘은 아무도 큰 회사에서 평생 일하지 못하니 처음부터 틈새를 찾는 게 나을 것이다. 아름다운 틈새, 연모를 위한 틈새가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다. 작은 집을 짓고 싶어. 연모는 생각했다.<건축학과 학생 연모(병원알바중>

작업환경을 측정하고 임시 건강진단을 하러 나가보니, 제대로 된 보호구도 없이 면 마스크만 덜렁 주어진 작업장이 적지 않았다... 중략...누구도 그런 환경에서 일해서는 안 되었다. 설령 아주 강하고 건강한 사람이라도. 아주 잠깐 일하는 비정규직이라도. 현재는 산업재해 업무 연관성 소견서를 성심성의껏 썼다. <산업의학과 현재>

타이밍이 적절해야 한다. 너무 빨리 가면 유족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시간을 방해하는 게 되고, 너무 늦게 가도 유족들의 충격이 심해지기 때문에 몇분의 차이지만 사려 깊게 하려고 노력한다.<환자 또는 사체 이동 업무 담당자 계범>


정세랑 작가의 피프티 피플은 50명 이상의 인물이 등장한다. 목차가 사람으로 되어 있는 독특한 소설인데 이 소설은 수도권에 있는 준종합병원에서 일하는 사람과 그 주변 인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작은 공간에서 서로 부대끼기도 하고 아예 마주치지 않기도 하며 살고 있는 그들은 각자의 삶을 고민과 기쁨과 희망 같은 것들로 채워가며 살아가고 있다. 방금 음악 리스트를 봐도 알 수 있겠지만 이 지역에 있는 고등학교의 몇학년 몇반이고, 더 크게 보면 그냥 18살이고 학생일 뿐이지만 한명 한명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음을 이야기 한다.


오늘은 이에 대한 생각을 작성해보는 시간이다. 한 교실에 있지만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는 의미를 담은 그림책 한 권을 소개한다. 교실 안에 있지만 각자 다르듯, 공원 안에 있지만 각자 다른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이야기를 주제로 한 그림책 ‘공원을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이다. 이 그림책은 글이 없다. 커다란 그림책 전체가 공원이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공원에 있는 인물들이 움직인다. 누군가를 만나기도 하고, 무언가를 하기도 한다.


그림책의 그림은 총 12장으로 되어 있다. 한 장면씩 차례로 보여주면서 각자 가장 오래 생각나는 인물 하나를 고를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그 인물 중 하나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공월을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는 그림을 그린 사람과 이야기를 만든 사람이 다르다. 그림이 이어지고 난 뒤에 그림에 속 인물 중 편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7편의 이야기에 주인공들은 각자의 이름이 있으며, 공원에 오기 전부터 사연이 시작된다. 그들이 어떤 이유로 공원에 왔으며 어떤 마음으로 지금 공원에 있는지 말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공원에서의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 각자의 이야기는 짧은 단편이다. 그 이야기들 중 하나를 출판사에서는 편집해서 홍보용으로 올려두었다.


먼저 홍보용 영상을 보여주고, 등장인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떨어진 꽃'이라는 제목의 단편에는 소년 에밀리오와 소녀 맨디가 등장한다. 두 인물은 공원 오른쪽 중간쯤에서 보인다. 두 아이는 서로에게 마음이 있었고, 맨디는 자신의 마음을 에밀리오에게 책을 선물하면서 표현한다. 그런데 에밀리오는 그만 맨디가 선물한 책을 잃어버리게 되고, 둘 사이는 멀어진다. 이제 공원 장면의 시작이다. 맨디는 공원이 벤치에서 책을 읽고 있고, 에밀리오는 조금 떨어진 나무 뒤에 숨어서 그런 맨디를 지켜보고 있다. 화해는 하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쭈뼛데다가 에밀리오는 자신이 숨어 있는 나무 앞에 작은 꽃을 발견한다. 그 꽃을 꺽어서 맨디에게 선물하는 에밀리오. 하지만 맨디는 꽃을 버려버린다. 좌절하는 에밀리오.


에밀리오는 마음이 너무 아파서 죽을 것 같았어요. 눈물이 막 차올랐죠. 에밀리오는 아무 일 없는 듯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기 시작했어요. 눈물을 감추고 싶었지요.


다음 순간 꽃을 다시 줍는 맨디는 꽃향기를 맡아보고, 공원을 떠나기 시작한 에밀리오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꽃을 에밀리오에게 돌려주며 두 사람은 손을 잡는다.


두 사람은 함께 꽃을 들고 있었지요.

둘은 꽃을 잡은 손을 함께 내렸어요.

그리고 걷기 시작했어요.

두 사람은 그렇게 공원을 떠났어요.


이제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다. QR코드로 스캔한 공원 속 이미지를 각자 볼 수 있도록 하고. 가장 기억에 남은 공원 속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지 상상해 보도록 한다. '떨어진 꽃'처럼 이전의 이야기 부터 공원에서의 상황까지 차례로 그려본다. 그리고 이야기를 작성하고, 마지막에는 그에 맞는 제목까지 만들어 본다.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려면 이야기를 만들고 제목을 붙이는 것 까지 하면 좋다. 그러나 이야기를 꺼내기 힘들다면 제목만 만들어도 되고, 제목 만들기가 어렵다면 생각나는 인물의 이야기만 써봐도 된다.


https://youtu.be/ScQ6NcZtOmQ




어떤가요?

공원에 자리 잡고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소년과 소녀의 모습이 보이나요?

그리고 또 어떤 사람들이 보이나요? 그들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까요?

이런 책을 읽고 있으면 지하철, 교실, 공원에서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의 다른 이야기가 보이는 기분이 들곤 한답니다. 그렇게 사람들의 모습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 누구도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그렇게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이런저런 사연으로 만들어진 ‘나’도 소중한 사람이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공원을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는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떤 일이든 일어나고 있고,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답니다. 그런 마음으로 앉아 있다 보면 어느 날인가는 공원에서 붉은 물고기가 헤엄치는 모습을 만날지도 모르죠.


여러분도 그림을 찬찬히 보며 우리 곁에 있는 작은 기적의 공간에서 위로를 얻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그렇게 만들어낸 이야기는 같은 인물을 선택해도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만들어진다. 노란 우비를 입고 우산을 쓴 아이의 머리만 까만 비구름이 있고 비구름에서 비가 내린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인물이다. 어떤 학생은 ‘나한테만 내리는 비’라는 제목을 지어준다. 또 어떤 학생은 한 참 뒤 구름이 사라지고 우산을 접은 소녀의 모습에 집중하여 점점 밝아지는 상황에 초점을 맞춰 "극복" 같은 제목을 지어 이야기를 전해준다. 학생들의 피드백을 읽으면 책이 새롭게 보인다. 한 반 한 반 거쳐가면서 생각의 폭이 넓어진다. 이 수업에서 가장 많이 배우는 건 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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