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릴리안 Mar 18. 2021

아기 돼지 세 마리

데이비드 위즈너


아기돼지 세 마리가 얼마나 유명한지 아이들의 동화책은 이 이야기를 다르게 해석한 작품이 많다. 어렸을 때 읽었던 아기 돼지 삼 형제가 전하는 바는 '대충대충, 설렁설렁 무언가를 하면 무서운 늑대에게 잡아 먹힐 수 있다.'였다. '셋째 돼지처럼 튼튼한 벽돌로 꼼꼼하게 집을 지어야 늑대에게 잡아 먹히지 않으니 모든 어린이들은 놀지 말고 열심히 꼼꼼하게 집을 지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무서운 일이 생겨.'라는 이야기에 '맞아. 맞아.'라고 긍정하던 어린 내가 있었다. 그 이야기를 다른 많은 작가도 읽었나 보다. 그리고 '맞아. 맞아'가 아니라 다른 상상의 세계를 펼쳐 보여준다. '그 이야기를 꼭 그렇게만 읽어야 해, 이렇게 읽어보면 더 재미있을 거야.'라고 속인다.


그렇게 만들어진 '아기돼지 삼 형제'의 새로운 이야기 중에서 존 셰스카의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 삼 형제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감옥에 갇힌 늑대가 ‘나는 사실 그런 의도가 아녔다고요.’ 하면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늑대의 말은 아니라고 하는데 그림을 보면 늑대의 숨은 마음은 진짜 돼지를 잡아먹기 위함이 맞아서 더 흥미진진 한 책이었다. 우리 집에 있는 또 다른 그림책에도 아기돼지 삼 형제가 나온다. 이 책의 주인공도 늑대이다. 그동안 여러 동화에서 나쁜 역할을 하면서 죽임을 당한 늑대의 후손으로 복수를 꿈꾸며 동화마을에 숨어드는 이야기이다. 익히 알고 있던 빨간 모자, 아기양, 돼지 삼 형제 이야기가 나오니 아이들이 좋아했었다.


데이비드 위즈너도 아기돼지 삼 형제에 대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의 그림책  ‘아기돼지 세 마리’의 표지에는 사실적인 돼지 세 마리가 그려져 있다. 그런데 세 녀석의 눈이 참 예쁘다. 예쁜 눈에 매료되어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 마리의 돼지의 눈의 색과 털의 색이 다 다르다. 마치 리의 돼지를 인간이 볼 때는 같은 돼지처럼 보이지만, 각자는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처음 보면 까만 바탕에 사실적으로 그려진 돼지에 흠칫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의 눈동자와 미소에 같이 미소가 지어진다. 우리 집 고양이 신비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신비는 그냥 보면 길가의 고양이처럼 크고 무섭게 생겼지만 하는 행동은 그냥 철없고 귀엽고 겁 많은 고양이이다. 예전에 길고양이를 보면 나를 공격할까 무섭기도 했었는데, 신비가 우리 집에 오고 난 뒤에 길가서 고양이를 마주치면 마냥 귀엽기만 하다. 우리는 모두 인간이지만 외모가 다른 것처럼 각자 다른 생각과 경험과 인생을 살고 있다. 마찬가지로 고양이도 돼지도 하나하나가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로 하루를 보내고,  밥을 먹, 다른 놀이와 생각을 하며 살아나가 갈 삶을 상상해보게 된다.


데이비드 위즈너의 아기돼지 세 마리  늑대가 짚으로 만든 집에 바람을 불면서 시작한다. 그런데 늑대가 아기돼지를 먹지 못한다. 막 먹으려고 하는데 아기 돼지가 늑대의 바람에 날려 책의 밖으로 날아간다. 그렇게 세 마리의 아기돼지가 책이 바깥으로 나가면서 진짜 작가가 들려주고 싶은 세계가 나타난다. 그들은 하얀 바탕에 버려진 자신들의 이야기 종이를 하나 주워 종이비행기를 만들어 자유로운 여행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런저런 그림책으로 들어간다. 다른 그림책에 들어갈 때마다 다른 모습의 돼지가 되는 것이 이 그림책의 색다른 재미다. 사실적인 그림의 돼지 세 마리가 귀여운 그림체의 동화로 들어가면 볼록볼록 우리가 익히 기억하는 그림책 속의 돼지 그림이 된다. 흑백의 그림책으로 들어가면 흑백의 돼지들이 된다.


그들은 그렇게 여행을 하면서 따라온 고양이 친구와 곧 죽을 위기에 빠진 용을 책 속에서 구한다. 그리고 마지막 돼지가 지었던 빨간 벽돌집의 구겨진 모습을 펴서 다시 들어간다. 그리고 그들은 그곳에서 함께 산다. 곳곳에 보이는 상상의 세계가 재미있는 책이었다. 하얀 바탕 한 면 가득 종이비행기를 타고 있는 돼지의 꿈꾸는 듯한 표정과 그 뒷장의 한 귀퉁이에 그려진 종이비행기 위의 돼지 세 마리의 오동통한 엉덩이는 이 그림책의 최고의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막내 돼지처럼 꼼꼼하게 집을 짓고 안전한 삶을 살 수도 있지만, 다른 돼지처럼 종이를 접어 비행기를 만들어 멋진 여행을 떠나는 일을 좋아할 수도 있다. 우리는 모두 같은 듯 다르다. 그리고 그렇게 같은 듯 다른 사람들이 어우러져 부딪히며 사는 곳이 사회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다른 방식으로 살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나의 딸은 또 나와 다르다. 그녀들은 그녀들의 방식으로 삶을 잘 만들어 가고 있다. 나는 그냥 지켜봐 주고 지지해준다.


데이비즈 위즈너의 책은 보고 또 볼수록 흠뻑 빠져드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어소녀, 시간 상자, 이상한 화요일 모두 처음 보면 너무 사실적인 그림이라 오히려 살짝 흠칫하는 느낌이 있다. 그러나 가만히 보고 있으면 뚱해 보이고 사실적으로 보이는 얼굴 안에 스민 따스함이 밀려온다. 그의 작품은 언제나 읽고 나면 마음 한쪽이 따뜻해진다. 아기돼지 세 마리도 그러하다. 함께 할수록 볼수록 좋은 책이다. 세 마리의 돼지가 비행 위에서 짓고 있는 표정을 지으며 살고 싶어 지는 밤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수박수영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