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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안 Mar 23. 2021

나는 본다

로마나 로맨션, 안드리 레시브



나는 본다라고 말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말 그대로 내가 내 눈을 통해 어떤 것을 보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런데 우리가 눈으로 보려면 꼭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빛이다. 빛의 가시광선을 통해 우리의 수정체에 맺힌 거꾸로 된 이미지를 뇌에서 원래 방향으로 돌려서 보여준다. 눈이 보는 것은 시력검사판이다. 시력검사판은 우리의 시력을 검사하는 일에 쓰인다. 시력을 검사해주는 사람은 안과의사다. 안과의사는 우리의 눈을 건강하게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만큼이 나는 본다라는 책의 두 장에 나오는 본다는 것을 설명하는 시작이다. 다음 장은 우리의 눈으로 보는 색에 대한 정보이다. 삼원색에서부터 시작된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다양한 색상을 설명한다. 그것이 주요 정보인 듯하다.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색을 알아보지 못하는 색맹의 사람들 이야기까지 이어진다. 다음 페이지는 눈으로 보는 거울, 그다음은 눈으로 보게 되는 표정이다. 그렇게 책은 보는 이야기를 확장해간다. 표시, 안전, 안경, 디옵터, 카메라, 현미경, 망원경이라는 물건들로 넘어간다.


본다는 의미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제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면 우리가 잘 못 보고 있는 것도 있을 것이다. 착시와 위장으로 가려진 것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다 우리처럼 세상을 볼까? 동물들은 우리와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본다. 같은 풍경을 보며 앉아있는 동물들이 실제로 보고 있는 장면을 그린 부분은 상세한 글로 만들어진 설명보다 직관적이고 흥미롭다.


서로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건 정말 흥미로운 일이에요.


이제 책의 내용은 눈에서 벗어난다. 우리는 눈으로만 세상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촉각, 미각, 청각, 후각으로도 볼 수 있다. 이제 볼 수 없지만, 세상을 볼 수 있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설명이 세 장 가득 등장한다. 군더더기 없는 설명과 설명에 어울리는 감각적인 디자인의 그림이 시각장애인이 보는 세상을 우리 눈에 보여주는 듯하다. 이제 마지막이다.


나는 아름다움을 추구해요.


보는 눈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영화, 미술,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로마나 로맨션, 안드리 레시브 두 작가는 졸업 후 함께 ’ 스튜디오 아그라프카‘를 설립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함께 하고 있다고 작가 소개에 기록되어 있다. 이 책은 짝꿍처럼 나온 ’ 크게 작게, 소곤소곤‘과 함께 2018년 볼로냐 라가치상을 받았다. 지식, 이해, 공감을 아름다운 색과 이미지로 표현한 책이다. 보다, 듣는다는 이야기로 이렇게 많은 생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사고의 확장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혼자서 연결해본 전혀 다른 이야기들의 연결을 설득력 있게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나는 본다’와 ’ 크게 작게, 소곤소곤‘은 그림책 치고는 아주 두껍고 많은 양의 지식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초등학교 중학년부터 성인까지 읽고 보아도 매우 흥미로워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나만 해도 낮술을 한 날은 그림만 보았고, 그다음엔 지식정보를 읽었고, 오늘은 그 아래 작가가 말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읽었다. 중간에 어느 한 페이지를 펼쳐도 그 한 페이지만의 이야기가 있다. 아주 긴 성인용 책은 아니지만,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주는 양파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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