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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안 Sep 03. 2022

영원한 로망

리스

그림책과 꽃이라는 주제로 꽃꽂이 수업을 듣는다는 선생님이 부러워서 같이 듣고 싶은데 방법이 없냐고 했었다. 그렇지만 이미 시작되었고 인원이 차서 어렵다 하셔서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수업에 빠지는 분들이 많단다. 혹시 함께 할래? 물어보셔서 따라나섰다. 마당이 예쁜 카페에서 사주시는 치즈와 토마토가 가득든 브런치와 콘 커피를 마시고 수업을 들으러..


마지막 날이라 ‘축하합니다’라는 그림책을 읽어주셨다. 이 그림책은 조미자 작가님이 쓴 글에 금잔디라는 미술지도 봉사를 하고 계신 분들이 두 번째 토요일 재활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할 때 그곳에 계신 분들이 그린 그림을 모아 만들었다. 축하합니다와 딱 어울리는 원색의 그림들이 오늘 처음 듣는 나마저도 축하받아 마땅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함께한 회원들을 위해 준비된 리스 만들기 리스는 원형이라 영원함을 상징하여 승리자에게 씌워지기도 한단다. 이 또한 회원들의 유종의 미를 축하하는 거겠지. 끄덕끄덕 리스의 정의와 종류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만들 마음의 준비를 시작했다.

그런데 정말 리스 만들기 장난이 아니다. 유칼립투스를 적당한 길이로 잘라 조금씩 묶고, 그걸 또 둥근 원형에 계속 붙여 나간다. 붙이는 건 가는 철사를 이용한다. 자르고 모으고 묶고 또 붙이고 묶고. 내 리스는 끝이 보이지 않고 시간은 어느새 3시간이 지났다. 내 어깨는 뻐근하고, 손끊은 너덜너덜. 나머지는 집에서 붙이라며 꽃꽂이 선생님이 하나씩 싸두셨다. 마무리를 위한 꽃과 철사 유칼립투스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한숨 쉬고 다시 힘을 내어 리스 완성. 그리고 거실 한켠에 걸어 두니 나의 하루가 한없이 축하받을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힘들었는데 분명… 또 하고 싶다. 자르고 묶고 붙이고 묶고… 이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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