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3주 동안 소설 쓰기 수업에 매진하였다. 작년에 사부작사부작이란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이런 이야기는 한 번쯤 써보고 싶다고 머릿속에 그리고 있던 것이었다. 그러나 어떻게 써야 할지는 몰라서 수업을 듣고 작가님의 안내에 따라 쓰면서 속이 시원 했었다.
그렇게 쓰고 나니 이제는 쓸이야기가 없다고 생각은 했지만… 공부하는 차원에서 다시 한번 도전이나 해볼까 싶어 다른 작가님의 소설 쓰기에 도전해 보았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상태에서 시작이니 안되면 말고.. 하는 마음으로. 그러나 따라가다 보니 힘들지만 재미있고 숙제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모범생병은 없어지지도 않아 결국 매일매일 작가님이 지도해 주는 길을 따라갔다. 그랬더니 못해낼 것 같았던 이야기가 어찌어찌 마무리가 되었다. 작가님이 원고지 60매짜리를 목표로 하라기에 그 말만을 쫓아 60매를 겨우 채워내고 제목까지 붙여 마지막 첨삭을 받기 위해 파일을 올렸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3주 동안의 글쓰기 작업이 즐거우셨나요?
인물의 설정과 이야기의 전체적인 조각들, 그리고 플롯적인 배치를 해보는 경험을 통해 소설 창작을 시도하는 방법에 대해 함께 알아가는 시간이 저는 해당 프로젝트의 목표라고 생각했습니다.
작가님께서 마지막으로 남겨주신 파일이 소설의 몸을 잘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면을 하나하나 잡아가실 때 사유와 묘사가 잘 이어지고 있다는 점, 대화가 흥미롭게 흘러간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어떤 소설들은 대화가 많이 없는데, 저는 대화를 잘 쓰지 않는 편이다 보니 대사를 잘 쓰는 작가님들에게 눈이 많이 가더라고요.
또한 제가 특별히 제목에 대한 언급이 없었는데도 작가님께서 제목을 남겨주신 것도 좋았습니다. 작중 세계와 잘 이어진 제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끝의 시작, 제목이 내포하고 있듯이 주인공은 세계의 끝에서 시작을 목격하게 되겠죠.
다음 한 달의 기간 동안은 그동안 쓰고자 하셨던 방향을 점검하시어 해당 프로젝트의 확장형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 참여하셔도 좋고 더 다양한 글쓰기를 체험하셔도 충분히 즐겁고 재미있으실 것이라 사료됩니다.
이야기들이 전체적으로 큰 굴곡 없이 흘러가 아마도 완성하셨을 때 지금 분량의 2.5배 정도를 생각하신다면 쓰실 때 중요한 장면들을 배치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조금 더 개인적으로 욕심나는 부분은 아무래도 사막이라는 공간에 대한 묘사가 빠졌다는 점이었습니다. 비일상적인 공간을 제시할 때 해당 공간이 인물에게 주는 감정적인 묘사를 장악하지 않으면 그에 대해 사람들이 각기 다른 사유를 하기 때문에 설정하시는 부분이 조금 어긋날 수 있으니 이 부분에 대해서 한번 고민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작가님이 보내주신 마지막 첨삭내용 처럼 2.5배를 만드로 싶었지만 2월의 마지막 3일을 매일 컴퓨터를 붙들고 있었던 결과는 원고지 80매였다. 아쉬운 점은 작가님이 말해주신 사막이라는 공간에 대한 묘사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조금 더 글쓰기 내공이 있었다면 작가님이 그동안 첨삭해 준 내용을 모두 담을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내가 창조해 낸 지우라는 인물을 떠나보내는 마지막에 이르니 나는 어떤 해방감이 들었다.
독서치료의 3요소는 동일시, 카타르시스, 통찰이다. 이는 독서를 통해서도 가능하지만, 이번에 글을 써 보면서 내가 만들고 싶은 거짓의 세계를 직접 구축함으로써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야기를 만드는 일은 조금 더 적극적인 활동으로 접근하기가 쉽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힘이 많이 필요하다. 대신 그만큼 내가 기대하는 카타르시스와 동일시 커진다. 책을 읽을 때 이미 어떤 사람이 구축해 놓은 세상을 읽기에 내가 기대하지 않았지만 새로운 시각이나 지식을 동반하는 카타르시스나 동일시, 통찰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내가 세상을 만드는 일은 조금 다른 방향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비유하자면 독서가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다양한 블록이라면 글쓰기는 블록을 이용한 나만의 성 쌓기이다. 완성을 보게 되면 내 머릿속에 있는 것들이 제대로 만들어진 것에 대한 만족감이 생긴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거짓의 세계를 써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일로 이미 인정을 받고 독자를 가지고 있는 분이라면 혼자서도 잘 해내실 테다. 그렇지만 나 같은 초심자는 이끌어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독서치료 또한 내담자를 이끌어주는 상담자가 필요하듯이. 전문가의 조언과 첨삭으로 기승전결에서 승전은 조금 부족하지만 기와 결을 해내는 성취감은 독서와는 다른 방식으로 와닿는다.
한 달 전에 정신없이 마무리했던 80매의 원고가 30쪽짜리 책으로 만들어져서 도착했다. 다시 읽어보니 부족한 점이 눈에 많이 띄어 더 잘 해보고 싶어진다. 지난달에 김계피작가님이 더 다양한 글쓰기를 체험해 보라고 했던 조언이 떠오르며 자꾸 심장을 뛰게 한다. 그래서 찾아보고, 고민하고 있다. 분명 즐거운 경험이 기다리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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