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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안 Apr 17. 2021

멋진화요일

데이지 므라즈코바

화요일 화요일은 어떤 날일까? 가장 존재감이 희미한 아이. 월요일은 일을 시작하는 날. 수요일은 한주의 중간. 목요일은 이상하게 피곤한 날. 금요일은 불타는 금요일. 토요일과 일요일은 쉬어서 좋은 날.. 화요일은 희미하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멋진 화요일" 책장을 펼쳐보니 그림도 아름답다. 죽죽 검은 선으로 사람과 사물을 그리고 다양한 색을 덧칠했다. 색상은 페이지마다 개성을 띄고 있다. 데이지 므라즈코바라는 어느 나라 사람일지 출처를 모르겠는 작가의 이름도 책의 제목과 잘 어울린다.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이 책화요일 하루에 관한 이야기다. 화요일은 공원에 있는 이제는 나이가 많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할머니에게 간다. 할머니는 어렸을 때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자기가 좋아했던 인형을 잃어버렸던 기억이 떠올라 슬퍼하고 있었다. 화요일은 자신이 보았던 인형의 행방을 이야기해준다. 인형이 어쩌다 사라졌는지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는지 말이다. 그리고 그 희망의 결과가 할머니의 앞을 지나간다.

 


"사실 저 애를 보니 사랑이가 계속 세상을 돌아다니고 있을 것 같아."

"세상 모든 게 다 계속 돌고 돌아요."


이제 할머니도 돌아가고



화요일은 진한 회색 띠가 줄줄이 그어진 멋진 보랏빛 하늘을 펼쳤어요.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른쪽에 아주 예쁜 화요일의 색을 보여준다. 화요일의 아침부터 늦은 저녁시시각각 다른 색으로 세상을 물들이고 있다. 그리고 책의 왼쪽 위에는 사각의 프레임에 마치 사진인 듯 그림책 속 그림인 듯 작은 그림들이 있다. 그리고 할머니의 사랑이라는 인형이 미소 지으며 춤을 춘다.


이야기는 "트레버"를 생각나게 한다. (책의 마지막을 보니 1977년에 만들어진 책이라고 하니 트레버보다 한참 전 일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다른 사람을 조금씩 변화시킨다는 비슷한 이야기들을 생각나게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은 거기에만 있지 않다.  그 따뜻한 날을 작가가 화요일로 정한 게 좋다. 어찌 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주 평범하게 시작하여 기억에도 남지 않을 하루를 지낸 그 화요일에 작지만 아름다운 기적들이 오랜 세월 일어나고 있었다는 이야기. 마음이 따뜻하고 기뻐졌다.



사람은 누구나 기분이 좋으면 좀 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잖아요. 어떤 사람이 좀 착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해 주면 돼요.


화요일은 그렇게 매일매일 또 다른 색으로 우리 곁에 다가와 기적을 일으키고 있었나 보다.

멋진 화요일의 해질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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