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소녀

도나 조 나폴리 글;데이비드 위즈너 그림

by 릴리안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데미안)


'인사이드 아웃’이라는 영화를 보며 많이 울었다. 아이가 옆에서 같이 보다가 '엄마 울어?'라고 물어보는데 대답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을 흘렀다. 아이는 버럭이가 화내는 모습에 깔깔 웃기만 했는데 나는 무너져가는 소녀의 어린 시절의 모습과 사라져 가는 빙봉의 모습을 보고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사라져 가는 소녀의 과거는 내가 잃어버린 과거이기도 하다. 소녀는 인생 2막을 아름답게 시작하며 인사이드 아웃이라는 영화는 끝이 났지만 나는 '빙봉'이가 좀 그리울 것 같았다.

인싸이더, 아웃싸이더... 나는 끊임없이 인사이드 하고 싶었다. 어릴 적 내 꿈은 ‘제발 제발 평범하게 살게 해 주세요 ‘였다. 아주 잘 나지도 않게, 아주 못나지도 않게 남들 골골거리는 만큼 골골거리면서, 남들 속상한 만큼 속상하고, 기쁜 만큼 기쁘면서 말이다. 인사이드 안에서 벗어나는 걸 끊임없이 두려워했다. 그렇다면 나의 내면은 어땠을까? 사춘기의 나는 우주인이 아닐까? 하는 유치한 상상을 마음속으로 하는 아이였다.(10대 청소년이 입 밖으로 내면 이상한 눈길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을 만큼의 머리는 되었다.) 내 마음은 이미 성숙해서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온 사람이 아닐까?라는 상상도 했었다. 각종 전자책 매체에서 이런 환생물이 유행하는 거 보면 나만 이런 상상을 하는 건 아니었을지도 모르니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어도 좋았을 것 같다. 마음속으로는 아웃사이더를 동경하면서 삶은 안전한 인사이더가 되기를 바라는 아주 평범한 소녀에서 이제 아줌마가 되었다.

비단 인사이드 아웃이나 데미안 같은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대부분 픽션의 드라마틱한 요소는 ’인사이드 아웃’이다. 힘겹게 알을 깨는 과정이 나오거나 알을 깨고 나와서 방황하는 내용들 말이다. 균형이 깨지는 순간이 드라마의 시작이다. 그리고 그 불균형이 바로 잡혀서 엔딩이 되면 행복한 결말이고, 약간 삐뚤어진 균형이 서서히 그러다 와장창 하면서 끝나는 이야기는 새드 앤딩이다. 나는 언제나 균형을 추구하지만 그 균형은 불균형을 통해서 온다. 계속해서 변하는 세상에서 나 혼자만의 예전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으면 어느새 아웃사이더가 된다. 상황의 변화에 발맞추어 과감한 아웃이 필요하다. ‘위대한 개츠비’는 성공하여 인사이드 했지만 데이지라는 과거의 알을 깨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아웃사이더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는 그래서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 주변 상황이 어떠냐에 따라 인사이더도 아웃사이더도 될 수 있다. 상황은 언제나 변화하며 인사이더, 아웃사이더보다 더 중요한 건 나의 선택이다.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한 나의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중요하다. 픽션에서 강요하는 인사이드 아웃을 꼭 실천할 필요는 없다. 내가 ‘봉봉’ 이를 잃고 영원히 괴로울 것 같다면 봉봉이는 마음속에 계속 가지고 있어도 된다. 그러나 아웃사이드를 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한 발짝 내딛는 거 나쁘지 않다. 언제나 선택은 나의 몫이고 그 선택에 대한 믿음만 있다면 그 길은 언제나 행복의 오솔길이다.


‘인어소녀’ 그림책 작가 데이비드 위즈너가 처음으로 도전한 그래픽 노블이다. 이 책에서 데이비드 위즈너는 그림을 그리고 도나 조 나폴리라는 작가가 글을 썼다고 되어있다. 데이비드 위즈너 새로운 세계로 발을 디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의 인어소녀는 커다란 수족관에서 생활하고 있다. 소녀가 보는 세상도 수족관과 그 앞에 보이는 작은 공간이 전부이다. 그녀는 점점 바깥세상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녀는 두려움 없이 ‘인사이드 아웃’을 선택한다. 인사이드 아웃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곳에 인사이드 했다. 비단 ‘인어소녀’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녀는 어려서 무모하다고 할 수도 있다. 재고 따지지 않고 펄쩍 수족관을 뛰쳐나오는 소녀는 에너지 그 자체다. 그녀의 탈출 그리고 변화는 고통을 동반한다. 물 밖으로 나와 숨이 쉬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죽음의 위협을 느꼈을 수도 있을 텐데, 소녀는 또 시도한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삶을 바꿔간다. 새로운 삶을 시작한 소녀의 뒷모습이 아름다웠다.


두려움, 주변의 여건 등등은 사실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르는데 자꾸 망설이게 된다. 나도 그렇다. 제나 새로운 시도의 시작에는 안 되는 이유가 가득하고, 아웃사이더의 길은 험난해 보인다. 나는 지금 끊임없이 알을 깨고 아웃사이더에서 인사이더로 변화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아니면 알 속에서 인사이더라고 생각하며 아웃사이더로 살아가고 있을까?

반고흐 자화상 딸아이의 모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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