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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안 Apr 22. 2021

하늘을 나는 사자

사노 요코

  “아아, 힘들다.”
그날 밤, 사자는 오랫동안 울었습니다.


  책을 소개하는 뒷부분에 나오는  한 문장이다. 밤새 울었던 사자는 다른 동물의 마음을 알아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에 분명 지치고 힘들어 돌처럼 굳어버린 몸을 일으켜 다시 하늘을 난다. 그런데 나는 하늘을 나는 사자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사자가 웃으면서 하늘을 나는데 난 왜 계속 찝찝할까?


‘하늘을 나는 사자‘는 고양이와 친하게 지내던 사자가 고양이들의 '칭찬에 춤을 추는' 대신 '하늘을 나는' 이야기이다. 고양이들이 사자의 멋진 모습에 놀라고 하늘을 날 듯 뛰는 모습에 감탄하자 사자는 기뻐서 고양이들을 대접한다. 고양이들은 계속 찾아오고 사자는 그때마다 고양이들에게 대접해주다가 지친다. 사자가 고양이들에게 “있지, 나는 낮잠을 자는 게 취미야.”하자 고양이들이 깔깔 웃는다. “히야- 요리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농담도 잘하잖아?”하고 말이다. 그런 고양이들에게 호응하느라 자기가 낮잠을 좋아하는 걸 숨기고 계속 열심히 사냥을 해서 고양이 손님들을 대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다시 하늘을 날기 위해 땅을 박차려다 그만 쓰러지고 천천히 돌이 된다.


지인의 직장에 47세의 남자분이 돌아가셨다고 하셨다. 그분은 사람 좋고, 술도 좋아하고, 일도 잘하는 좋은 사람이었단다. 한마디로 조직에 힘이 되어 늘 칭찬받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분은 최근 시험을 준비하는데  한직을 맡으면 시험 준비하느라 일을 등한시한다는 말이 나올까 봐 부러 힘든 업무를 자청해서 맡으셨다고 한다. 3월에 그 업무를 맡고 힘들게 이어오며 감기에 걸리더니 컨디션이 회복이 안된다고 하셨단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쓰러지셨고 그대로 유명을 달리하셨다고 한다.


 조직이 돌아가는 것을 보면 기분이 나빠질 때가 있다. 미운 놈에겐 떡 하나 더 주고, 잘하고 착한 사람에겐 일을 더 준다. “아고.. 잘하네. 일도 잘하고 사람도 참 좋아.” 이렇게 칭찬하고 그 사람에게 더 많은 일을 준다. “저 못하겠어요. 안 해요. 그 일보다 이 일이 좋아요.”라고 말하며 투덜대는 사람에게는 왜 조직을 이끌어 가는 사람들 일을 주지 않는가? 리더들도 그런 사람은 다루기 힘들어서 라고 말하는데, 그렇다고 착한 놈에게 떡은 안 주고 일만 주면 어쩌라는 건지. 시킨 사람 열심히 하는 사람이 군소리를 하지 않으면 조직의 발전과 안위를 위해 개인에 대한 배려 없이 칭찬만 한다.


또, 회사에서 잘한다고 칭찬받고 열심히 일해도 어느 순간 하나둘 조직의 필요에 의해 사직당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그때마다 내가 힘들 정도로 열심히 일하지 말아야지, 회사가 나를 자르기 전에 내가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퇴사를 결심하고 말하는 순간 조금만 더 일하면 어떻겠냐는 말이 '네가 아직은 필요하지만 그 조금만이 끝나면 우리가 너를 자를 거야.'라는 말로 들렸다. 칭찬과 격려가 사람을 고무시켜 움직일 수는 있지만 그것에 도취되어 내가 지칠 정도, 나라는 존재를 잃어버릴 정도로 타인에게 헌신하는 일은 바보 같은 일이다.


타인과 사랑을 주고받고, 인정과 격려를 받는 일이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노 요코의 '하늘을 나는 사자'에서 전하는 타인의 위로와 공감은 그 그림의 색감과 분위기만큼이나 따스하고 정겹다. 그렇지만 그런 것보다 우선시되어야 하는 부분은  '내가 나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늘을 나는 사자”에 나오는 사자는 스스로를 일어나지 못했다. 돌이 된 사자는 몇백 년 후 한 아기 고양이가 그의 고단함과 멋짐을 알아주어서 깨어난다.


 우리는 함께함으로써 힘을 낼 수 있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세상을 바꾸었다. 이전엔 세상의 가장들은 자식과 부인, 그리고 직장상사의 인정에 경주마처럼 달렸다. 이 땅의 엄마들은 자식이 자신에게 의지하고, 남편의 뒷바라지로 인정받는 것에 만족을 느끼면 자기 자신은 없는 사람처럼 살았다. 얼마 전까지도 그리고 지금도 세상은 '타인의 인정'을 우선시할 때가 많다.


 이제 세상은 “다른 사람의 따뜻한 말 한마디”의 미덕도 중요하지만, '스스로에게 건네는 자신을 찾는 말'이 필요하다.  오랜 쉼으로 스스로를 회복하고 긴 생각으로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법을 알아서 사자가 깨어나는 이야기가 나와야 하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타인의 인정과 공감이 더 해진다면 금상첨화겠다.


타인의 인정, 격려가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그냥 그런 것들이  개인을 희생시켜 힘들어 혼자 울고 또 일어나 일하고 그러다 지쳐서 돌이 되어 버리는 사자를 만들지 않았으면 할 뿐이다. 일단 나는 희생되지 않고 나를 사랑하면서 삶을 살아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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